금융

외국인, 주식 1.3조 매도…역대 최대액 경신

김승현 기자 2020-03-10 15:28:47
11월 11일 옵션쇼크보다 더 팔아…코스피 4%대 하락

[사진=Pixabay 제공]

[데일리동방] 지난 9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1조3122억원을 팔아치우면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기존 사상 최대치인 ‘11월 11일 옵션쇼크’보다 더 많이 팔아치웠다는 소식에 시장은 경악했고 코스피는 4%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외국인 순매도의 종전 역대 최대치는 2010년 11월 11일 1조3094억원이다. 이날을 ‘11월 11일 옵션쇼크’ 또는 ‘도이치 옵션쇼크’라고 부른다. 전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와 28억원 차이지만 당시는 주가가 조작됐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11월 11일 옵션쇼크는 도이치증권이 옵션만기일 장 마감 10분 전에 2조4400억원어치 주식을 대량 처분해 코스피가 10분 만에 50포인트 이상 급락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코스피 투자자들은 1400억원에 이르는 예기치 못한 손실을 봤지만, 도이치증권은 미리 사놓은 코스피200지수 풋옵션(주가가 떨어지면 이익) 상품으로 449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옵션은 매월 둘째 주 목요일 만기가 돌아오며 당시 11월 11일이 그 날이었다. 통상 옵션 만기 날은 변동성이 커져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에는 코스피 2000선 돌파에 대한 기대, 배당시즌 등의 영향으로 시장의 전망이 좋은 상황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가 폭락 등 불안감이 도사리는 요즘과는 다른 외부환경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당시 옵션쇼크를 예상하지 못했으며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특히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은 주가 급락 시 수익이 나는 파생형 사모펀드를 매도해 888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금융당국은 지수 하락을 불러일으킨 프로그램 매도가 외국계 창구 하나에서 나왔다는 점과 당시 도이치뱅크가 보유한 국내현물 중 97%가량을 한 번에 모두 쏟아냈다는 점에서 조작을 의심했다.

결국 금융감독원은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했고 이 옵션이 도이치증권에 의해 의도적으로 저질러진 부당거래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도이치증권 한국지사와 여러 외국 지사, 모회사 도이치뱅크까지 합세한 대규모 사건임이 밝혀졌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도이치증권 한국지사에 증권 회원사 벌금으로는 사상 최고액인 10억원의 제재금을 부과하고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 내지 면직 요구를 통고하였다. 또 증권시장 혼란의 주범으로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지수차익거래 담당자들이 실적을 위해 코스피200 시장에 보유한 현물을 모두 쏟아부어 무너뜨리려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범행을 주도한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차익거래부문 상무 영국인 데렉 옹(Derek Ong) 등 외국인 3명과 한국인 1명을 2011년 8월 기소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기소 후 4년 넘게 공전하다가 2016년 1월 한국인 임원 박씨와 도이치증권 법인만 먼저 1심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2018년 항소심에서 이들은 1심 결과와 증거부족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다만 사건 9년만인 지난해 4월 주범 데렉 옹이 인도네시아 공항에서 검거됐지만 인도네시아 법원은 우리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청구를 기각했다. 이데 대해 법무부는 다각적으로 데렉옹에 대한 송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코스피 시장에서 총 7조980억원을 순매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