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CEO NOW]차석용 LG생건 대표, '차석용매직' 비밀은?

전성민 기자 2020-02-17 00:01:00
또 사상 최대 실적…'유일무이' 15년 장수 CEO로 승승장구 사람들의 니즈를 정확히 읽는 게 중요…'다름'이 아닌 '특별함'으로 승부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 [사진=LG생활건강 제공]

[데일리동방] “교과서 위주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뭔가 다른 비법이 있지 않을까', 다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지난 해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달성한 LG생활건강에는 어떤 비법이 숨어 있을까? 

차석용 대표는 "저 역시 죄송하지만 ‘성실히 경영했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고 웃으며 말했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 매출 7조 6854억원, 영업이익 1조 1764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역시 ‘차석용 매직’”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차 대표는 2005년 1월 LG생활건강 대표직에 오른 뒤 15년째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LG그룹뿐 아니라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를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최고경영자라는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 듯하다.

2001년 LG화학에서 분리된 LG생활건강은 2002년부터 실적 부진에 허덕였다. 당시 LG생활건강은 국내 생활용품 1위 기업이었지만 내수부진과 경쟁 심화로 2002년 9%였던 영업이익률이 불과 3년 만에 5.7%까지 추락했다.

차 대표는 2005년 취임하자마자 회사 체질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인수합병(M&A) 귀재’라는 닉네임답게 20여 건의 M&A를 진행해 LG생활건강 포트폴리오를 뷰티(화장품)·HPC(생활용품)·리프레시먼트(음료) 등 3개 사업부로 구축했다. 두 발 자전거보다는 세 발 자전거가 더 안전하다는 판단이었다.

차 대표는 2007년 말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해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고, 2014년에는 빠르게 성장 중인 더마코스메틱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차앤박 화장품’으로 유명한 ‘CNP코스메틱’을 인수했다. 'CNP'는 현재 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는 메가 브랜드로 도약했다.

 

[사진=LG생활건강]


차 대표는 지난해 7월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쓴 책 ‘그로잉 업(Growing Up)-LG생활건강 멈춤 없는 성장의 원리’에서 평소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전했다. 

차 대표는 “젊지 않지만 젊은 사람이 어떤 것을 좋아하겠다는 건 안다”며 “2시간동안 점심 식사를 하면서 16종류의 잡지를 읽는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오후 4시에 퇴근해 삼청동·가로수길·인사동 등을 걷는다. 그곳에 가면 사람들에게서 트렌드가 보이기 때문이다.

또 백화점에 가면 점원에게 “요즘 남성들은 어떤 옷을 좋아하냐?”며 30분씩 대화를 한다. 최신 영화와 드라마도 빼먹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바로 잡아내는 게 인수합병의 성공비결 중 하나였다.

차 대표는 일부러 회사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먹지 않는다. 만약 점심을 같이 한다면 만 명이 넘는 직원 중 대략 100여명 정도와만 식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공정성이 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에는 닫혀 있지만 다른 시간에는 대표 방문이 활짝 열려 있다. 보통 3~4명 직원이 함께 들어오는데 한 번에 3분에서 5분 정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한다. 최대한 많은 직원들과 소통하려 노력한다.

차 대표는 많은 직원이 공유할 수 있도록 회사 여기저기에 ‘CEO 메시지’를 붙여놓는다. 그 가운데에는 ‘잔잔한 파도는 좋은 사공을 만들지 못한다’는 글이 있다.

1985년 미국 피앤지(P&G) 본사에 입사한 차 대표는 14년 만에 한국 피앤지 총괄사장에 올랐다. 그는 “입사 초기부터 평범한 일보다는 어려운 일을 맡으면 성과를 냈다”며 “위기 상황에서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장점이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화장품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LG생활건강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럭셔리 화장품 ‘후’는 LG생활건강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2016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후 불과 2년 만인 2018년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 브랜드가 됐다. 2019년 ‘후’는 매출액 2조5836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평소 제품은 다름(different)·나음(better)·특별함(special)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 대표는 “'후'가 타 제품과 다르고 낫다고 해서 인기가 있는 건 아닐 것이다”며 “가족이 특별한 것처럼 '후'를 ‘나만의 화장품’으로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고 말했다.

궁중화장품으로서 ‘후’ 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가 '남보다 특별하고 싶은' 고객의 욕구를 자극한 것이다.

'후'가 성장한 배경에는 뛰어난 품질과 스토리가 있는 화려한 디자인, 럭셔리 마케팅 등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LG생활건강의 ‘후 한방연구소’는 수만 건에 달하는 궁중 의학서적 등을 분석해, 궁중·왕실 여성들이 아름다움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사용한 왕실의 독특한 궁중처방을 ‘후’의 여러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궁중 문화유산을 접목해 스토리가 있는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로 파죽지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LG생활건강. 올해도 '차석용 매직'이 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