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사업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량채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정적’ 등급 전망은 금리수준을 높이는 요인이다. 정몽진 KCC그룹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여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CC(AA0)는 19일 1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트랜치(trench)는 3년물과 5년물로 각각 700억원, 300억원이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에 -0.15~+0.15%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주관업무는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KCC가 공모시장 문을 두드리는 것은 1년 만이다. 통상 차환, 운영자금 등을 목적으로 하지만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전액 KCG 지원에 쓰인다. KCG는 KCC 인적분할 과정에서 설립됐으며 유리, 홈씨씨인테리어 사업을 영위한다. KCC가 보유하고 있던 코리아오토글라스 지분(19.9%)도 전부 받는다.
KCC는 실리콘 제조사 모멘티브 자산과 그간 ‘백기사’ 역할을 한 관계사 지분도 보유한다. 모멘티브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도 전부 귀속된다.
신용평가사들은 KCC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익창출력이 저하된 가운데 회복 시기도 묘연한 탓이다.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모멘티브를 인수했지만 차입금이 크게 늘면서 재무부담도 확대됐다. KCC는 재무안정성 확보를 위해 보유 자산 등을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분리와 성장을 위한 투자 과정에서 정몽진 회장이 많은 희생을 하는 격이다.
KCC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3분기 누적 순손실(1879억원)을 기록했다. 건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나 건자재 부문 경쟁업체인 LG하우시스 선전에 비하면 업황 악화를 탓하긴 어렵다.
다만 실리콘제품은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외형확대로 이어졌다. 모멘티브 실적은 2020년부터 연결대상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이번 공모채 수요예측 결과는 KCC 재무부담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 향후 실리콘 부문 실적 기대감 사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KCG가 보유한 유리 부문은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이를 넘겨준 KCC 입장에선 결국 모멘티브 중심의 실적 향상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KCC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형제경영’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상의 시나리오는 모멘티브 인수 후 KCC의 수익성 향상”이라며 “결과론적 얘기가 될 수 있지만 KCC 재무부담이 확대되면서 조달비용이 높아지고 실적 개선폭도 미미하다면 시장은 주주보다 형제 경영을 위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CC 주가는 최근 10년내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시장 반응은 냉랭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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