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조합은 최근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한 현대건설 시공권을 박탈했다.
갈현1구역은 총 사업비 9200억원 규모로 한남3구역과 함께 올해 서울 재개발 양대 사업장으로 꼽혔으나 시공권 박탈로 사업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지게 됐다.
조합 측은 현대건설이 입찰 서류에서 건축 도면 중 변경 도면을 누락하고 담보를 초과하는 이주비를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합은 사업 일정에 차질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입찰 제한과 현대건설이 입찰 당시 냈던 보증금 1000억원까지 몰수하겠다고 나섰다.
반면 현대건설은 이번 결정이 법적 근거가 없고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지난달 28일 법원에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 대의원회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현대건설 측은 기존에 낸 입찰제안서도 대형 로펌 2곳에서 법률 검토를 받았지만 '법적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당초 이 곳은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의 2파전으로 수주전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입찰무효가 조합원 투표에서 통과되면서 수주전 역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건설 단독입찰로는 시공사를 선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갈현1구역 조합은 오는 13일 설명회를 개최하고 시공사 재선정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재건축 수주과정에서 무리한 공약을 내세워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17년 반포주공1단지 1,2,4지구 수주 당시에도 과도한 이주비 지급으로 논란이 됐던 바 있다.
당시에도 현대건설은 GS건설과 치열한 수주전을 펼친 끝에 ‘단군이래 최대 사업장’으로 불리던 이 곳의 재건축 시공권을 따냈다.
그러나 이후 국토교통부가 정한 법령 내 기준을 한참 웃도는 7000만원의 이주비 지급을 조건으로 내건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갈현1구역에도 이주비 최저 2억원 무이자 제공이라는 비현실적인 공약과 쓰레기 이송설비, 친환경 공사비, 외관 특화 등을 최초 설계안에서 누락시킨 점이 조합의 불만을 샀고, 결국 법적 공방까지 이어지게 됐다.
한남3구역은 총공사비 약 1조3000억원으로 올해 전국 사업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 곳을 선점할 경우 향후 한남뉴타운 타 구역의 수주전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상징성 등으로 건설사들의 수주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 달 말 진행된 시공사 입찰에서 현대건설을 포함해 GS건설, 대림산업이 뛰어들며 수주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 곳 조합에 분담금 지원과 LTV 70%에 가구당 최저 5억원의 이주비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재개발 사업의 이주비 한도는 LTV 40%이지만 여기에 30%를 자발적으로 추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상가 조합원들에게 인테리어 비용 5000만원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내놨다. 상가 조합원의 경우 일반 아파트와 달리 영위하는 업종이 모두 달라 아파트 발코니 확장 등과 같이 일괄적인 인테리어 공사를 시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감안한 해결책이다. 일괄적인 인테리어 제공이 어려운 만큼 조합원이 원하는 시공을 할 수 있도록 금전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측은 직접 현금으로 제공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기에 추후 분담금에서 제하는 방식으로 지급하겠다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추가 지원에 대해 또 한번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금품, 향응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형 정비사업 수주전이 치열해지면서 건설사마다 다양한 공약을 내세우며 조합의 마음을 사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그러나 위법소지가 다분한 무리한 공약이 난무하는 만큼 정부의 체계적인 단속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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