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금 탈원전으로 원전산업이 초토화되고 있다"며 "한수원 사장이 원자력을 사랑하지 않는데, 이럴거면 한수원 사장 그만두라"고 지적했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업계 추산을 보면 (신한울 3·4호기) 매몰 비용이 8000억원에서 1조원"이라면서 "수천억원의 태양광 사업을 계획하고 있던데 청와대 코드를 맞추면 큰 보상이 있을 것 같나"라며 질타했다.
이들 의원들의 발언은 산업통상자원부를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나올 법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기관은 원자력안전위원회로, 이날 업무보고는 한빛 1호기 등에서 발생한 원전사고 등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소관업무도 아닌 탈원전 사안을 끌고와서 정 사장을 '호통'친 것이다.
정 사장은 "취임 이래 원자력산업 생태계 유지 발전을 위해 활동해왔다"며 "두산중공업 협력업체가 어렵다고해서 간담회도 5차례나 했다"고 반박했다. 또 "소관이 아닌 것을 왜 나에게 물어보느냐"며 강하게 항변했다.
이에 최연혜 의원은 정 사장의 발언 태도를 지적하며 "지금 시워하려 온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전환정책을 통해 석탄·원자력을 축소키로 하면서 원자력발전 공기업인 한수원은 '탈원전'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특히 지난해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하면서 '정부 눈치보기'가 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 사장은 원전 축소에 따른 인력·산업 공백을 '원전 해체사업'으로 대체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왔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원전 건설인력을 해체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산업 측면에서 봐도 원전 1기 해체비용은 7~8000억원 수준으로, 국내에서만 10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열린다는 주장이다.
원전 수출에도 힘을 쏟았다. 체코, 폴란드 등 신규 원전 수주를 주도하고 최근에는 카자흐스탄 수주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이에 앞서 터키, 루마니아 시장도 공략했다.
그러나 원자력업계와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탈원전 폐기'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소모적인 정치공방 탓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와 한수원 등에서 내놓은 방안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내 전력공급 문제를 비롯해 원전을 둘러싼 인력·산업, 원전 해외수출 경쟁력 등 탈원전으로 인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가시적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원자력발전 공기업 수장인 정 사장이 풀어야만 하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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