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은 국제심포지엄 ‘미술관은 무엇을 움직이는가 - 미술과 민주주의’를 6월28일과 29일 이틀 간 MMCA서울 멀티프로젝트홀에서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으며 MMCA 연구 프로젝트 ‘미술관 연구’시리즈의 세 번째 학술행사다. MMCA 연구 프로젝트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동시대 미술 담론 활성화에 앞장서기 위해 2018년 출범했다.
‘미술관은 무엇을 연구하는가’(4월)를 시작으로, ‘미술관은 무엇을 수집하는가’(11월) 등 2회의 심포지엄을 통해 미술관의 주요 기능인 연구와 수집에 대해 집중 토론한 바 있다.
이번 ‘미술관은 무엇을 움직이는가 - 미술과 민주주의’에서는 민주주의 가치 실현과 미술관, 그리고 현대미술의 역할을 접목한 다양한 국내·외 담론을 다룬다.
한국 현대사와 미술관의 성과를 함께 되짚어보며 민주주의가 작품 혹은 전시를 통해 재현되어 온 방식을 연구하고 이를 미술사와 세계사적 흐름에서 재맥락화한다. 서유럽과 북미권을 중심으로 생산된 지식의 주도권을 깨고, 초국가적 관점에서 미술관, 현대미술, 민주주의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슬로베니아, 아르헨티나, 북아프리카, 중동,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대미술 전문가들이 발제를 맡았다.
심포지엄 첫날은‘현대미술관의 민주주의 실천 - 제도/기관, 사회 정의, 행동주의’를, 둘째 날은 ‘현대미술의 민주주의 재현 - 초국가적 민주주의, 지역/경계, 재현이후’를 소주제로 다룬다.
첫날, 1부 기조발제는 즈덴카 바도비나츠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현대미술관장이 맡는다. 즈덴카 바도비나츠는 신자유주의 맥락에서 주류 미술관의 민주화가 ‘모두에게 통용되는 혹은 다양성을 제공하는 공간’을 의미할 때, 이와 다른 맥락에서 동유럽 미술관에서의 민주화의 의미와 가능성을 설명한다. 이를 위해 과거 사회주의 체제 하의 미술관 기능의 한계를 반성하며 기관과 개인의 자발성을 강조한다. 나아가 시장 논리로 재편되는 미술관 담론에 대해 비평적 역할을 수행하는 민주적 미술관의 모델을 제시한다.
2부 첫 번째 발표는 최태만 국민대학교 교수가 맡는다. 최태만 교수는 199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첫 민중미술전 ‘민중미술 15년: 1980–1994’를 기획한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대 한국 미술계의 민주화 운동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국립기관의 한계와 당시 전시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이어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반추하며 미술관의 민주화를 위해 던져야 할 주요 의제를 논의한다.
세 번째로 울프 에릭슨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스웨덴의 국립미술관에서 기획해온 교육 및 공공프로그램이 시민의식 양성에 기여한 구체적 사례를 소개한다. 네 번째로 비브 골딩 영국 레스터대학교 박물관학과 명예교수는 미술관이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장애인, 성소수자, 이민족을 포용해야 함을 주장하며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알레한드로 메이틴이 사회 참여적 예술가로서 제도권과 타협할 수 없는 지점을 분석하고, 자신이 이끌어온 환경운동을 통해 행동주의 미술이 정치 및 사회에 개입하는 방식을 논의한다.
둘째 날, 3부 기조발제를 맡은 T. J. 디모스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즈 미술사ㆍ시각문화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를 권위적 자본주의, 환경 재난, 그리고 보이지 않는 통치에 의한 ‘추출’로 규정하며, 이에 대한 현대미술의 저항방식과 미학적 함의에 대해 논의한다. 테리 와이스맨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 미술사학과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멕시코 간 장벽 쌓기 공약과 함께 팽배해진 정치적 우경화, 인종 차별적 수사, 비인간적 정책에 맞서는 현대 예술가들의 비판적 재현방식에 대해 발표한다.
4부 첫 번째 발표는 샤레네 칸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교 시각예술학과 교수가 맡았다. 2015년 전 세계적으로 탈식민화 논의를 불러일으킨 ‘로즈 동상 끌어내리기(#RhodesMustFall)’ 운동을 필두로, 오늘날 남아공 현대미술의 현주소와 미술관의 역할을 재고한다.
이어 림 파다 아부다비 문화관광부 예술감독은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중동의 팔레스타인 등 여러 분쟁 지역의 미술에서 드러나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유산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박선영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동아시아어문화학과 교수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잡지, 만화, 영화 등 시각문화 자료에서 드러나는 한국 정치사를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의 재현을 통해 분석한다.
심포지엄에 앞서 6월26일에는 T. J. 디모스와 테리 와이스맨이 ‘위기의 세계: 현대미술, 시각문화, 정치생태학’을 주제로 토크를 진행한다. 서동진 계원예대 교수가 토론자로, 김해주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이 사회자로 참여한다. MMCA서울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열리며,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MMCA 연구 프로젝트는 21세기 미술관의 확장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도”라며, “특히,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을 기념한 주제와 담론들은 미술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데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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