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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3법 부의… 대법관 증원 논쟁, 사법 신뢰 시험대

한석진 기자 2026-02-26 15:56:07

14명 체제 한계 지적 속 대법원 우려 표명… 조희대 체제 설명 책임도 쟁점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사법개혁 3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사법부와 정치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법관 증원을 핵심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대법원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논쟁은 단순한 입법 절차를 넘어 최고법원의 책임과 역할을 묻는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 체계상 제도 개편 권한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있다. 사법부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최종 판단권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공식 회의와 입장 표명을 통해 사실상 증원안에 제동을 거는 모습은 권한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법부가 이해당사자로서 우려를 밝히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그 우려가 국민이 체감하는 재판 지연과 심리 형식화 문제에 대한 대안 없이 현 체계 유지 논리에 머문다면 설득력은 제한될 수 있다.
 

현재 대법관은 14명이다. 연간 수만 건의 사건이 상고되는 구조에서 대법관 1인당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민사 상고 사건 상당수가 본안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되고 있다는 통계도 공개된 바 있다. 이는 상고심이 실질적 심리를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대법원은 증원 시 하급심 인력과 자원이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원합의체의 토론 기능 약화 가능성도 우려한다. 그러나 전원합의체 회부 사건은 전체 상고 사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전원합의체 기능을 핵심 반대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실제 사건 분포와 비례하는지에 대해서는 합리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이후 사법부의 중립성과 설명 책임을 둘러싼 논의도 확대됐다. 판결은 재판부의 권한이다. 다만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에 대해 사법행정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책임을 설명했는지는 별도의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독립은 외부 압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한다. 동시에 국민적 의문에 대한 설명 책임을 배제하는 개념은 아니다.
 

해외 사례도 논쟁의 한 축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는 사건 유형별 최고법원을 분리하거나 대규모 법관 인력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단일 최고법원 체계에서 14명의 대법관이 모든 상고 사건을 담당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정책적 검토는 필요하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문제도 제기된다. 특정 경력과 배경에 편중된 인선 관행은 다양한 사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최고법원의 판단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전문성과 함께 경험의 폭과 관점의 다양성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사법개혁 논의의 출발점은 사법부를 약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상고심 기능을 정상화하려는 문제 제기라는 주장도 있다. 재판 지연과 심리 형식화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무엇인지 공개적 토론이 요구된다.

 

대법원이 방어적 태도를 고수할 경우 논쟁은 정치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통계와 자료에 기반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제도 개선 논의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면 사법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쟁점은 단순한 증원 여부를 넘어선다. 사법부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번 논쟁은 최고법원이 스스로의 역할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지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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