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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삼성전자 34만원·SK하이닉스 170만원…맥쿼리가 본 '메모리 빅뱅'의 실체

선재관 기자 2026-02-25 15:19:30

AI가 공부 끝내고 실전에 투입됐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추론'이 불붙였다

'HBM 쏠림'이 부른 역설, 범용 메모리 없어서 못 판다

삼성전자 34만원·SK하이닉스 170만원…맥쿼리가 본 '메모리 빅뱅'의 실체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인공지능(AI) 시장의 무게중심이 ‘학습(Training)’에서 ‘추론(Inference)’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맥쿼리증권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34만원, 170만원으로 제시한 배경에는 AI 서비스의 대중화가 촉발한 전례 없는 메모리 수급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단기 업황 개선을 넘어 AI 산업 구조 자체가 반도체 수요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맥쿼리증권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기존의 중립적 시각을 거두고 매수 의견으로 상향 조정했다. 맥쿼리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며 AI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3년이 AI 모델 성능을 끌어올리는 ‘학습’의 시기였다면, 2026년을 전후로는 완성된 AI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추론’ 단계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수요의 중심축도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학습 단계에서는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다수의 사용자가 동시에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추론 환경에서는 실시간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며 고용량 범용 D램과 엔터프라이즈 SSD(eSSD)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맥쿼리는 이 같은 구조 변화로 일부 메모리 제품군의 계약 가격이 단기간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공급 측면의 제약은 가격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범용 D램 생산 비중이 줄어드는 ‘구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웨이퍼 투입량이 많아 동일한 생산 능력 내에서 범용 제품 공급을 잠식하는 구조다.

여기에 신규 팹 건설에 수년의 리드타임이 소요되면서 공급 확대 속도는 제한적이다. 맥쿼리는 이러한 수급 불균형이 올해에 그치지 않고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씨티그룹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2026년 D램과 낸드 가격의 큰 폭 상승 가능성을 언급하며 메모리 강세론에 힘을 보탰다.

이 같은 환경은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평택 P4·P5 공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 능력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 국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가질 수 있다. 맥쿼리는 이를 반영해 삼성전자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기존 대비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시장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까지 더해질 경우 수익성 개선 폭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메모리 사이클 산업의 특성을 감안한 신중론도 함께 제기된다. AI 인프라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거나,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칩 개발을 확대할 경우 수요 증가세가 조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과 같은 인프라 제약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AI 추론 시장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흐름은 분명하다”면서도 “공급 병목이 완화되는 시점과 투자 속도 변화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과도한 낙관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맥쿼리의 이번 보고서는 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이 다시 메모리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라는 기술 전환의 파고 속에서 한국 메모리 기업들이 또 한 번의 슈퍼사이클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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