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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건설사 CEO '현장형'에서 '리스크 관리형'으로… 생존 위한 체질 전환 가속

한석진 기자 2025-11-06 08:14:08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건설사 최고경영자 인사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공사 실적과 현장 경험을 앞세웠던 기존 인사 기조는 힘을 잃고, 재무·안전·기술을 다루는 ‘리스크 관리형’ 리더가 전면에 나서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공사비 급등과 PF 부실, 미분양 확대가 겹치면서 생존을 위한 경영 전략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 경기 불확실성은 이미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에만 20조원 넘는 PF 대출 만기가 도래하며 차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 미분양은 6만7000가구로 1년 전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안전 규제도 강화 흐름이 뚜렷해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수위를 높이는 개정안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한 건설사 임원은 “지금은 단 한 번의 사고나 유동성 충격이 회사를 흔들 수 있다”며 “CEO의 역량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달 30년 경력의 재무 전문가 김우석 전략부문 재무실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그룹 재무 라인을 오랜 기간 맡아온 인물로 자금 운용과 위험 관리에 특화돼 있다. 한화 건설부문 매출은 올해 상반기 1조5745억원으로 줄었고 PF 관련 단기 부채는 9622억원에 달한다. 외형보다 내실을 우선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기술 역량을 중심에 둔 선택을 했다. 신임 김영식 대표는 SK하이닉스에서 HBM 양산 체계를 구축한 공정 전문가로, 반도체 클린룸과 하이테크 공정 비중이 확대된 회사 상황과 맞닿아 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35.9%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65.9% 늘었지만, 하이테크 사업은 공정 리스크가 높아 기술형 리더십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안전 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선택했다. 지난 8월 선임된 송치영 사장은 포스코 그룹에서 30년 가까이 설비·안전 분야를 맡아온 인물이다. 송 대표는 취임 직후 전국 103개 현장을 멈추고 위험요인 1070건을 즉시 개선하는 긴급 안전진단을 지시했다. 인프라사업 신규 수주를 잠정 중단할 정도로 안전을 최우선에 둔 경영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CEO 인사의 시기 또한 빨라졌다. 통상 연말에 발표하던 정기 인사가 올해는 10월로 앞당겨졌고, DL이앤씨처럼 정기 인사 개념 자체를 없애고 상황별 수시 인사 체계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시장 변화 속도가 빨라진 만큼 경영진 교체 역시 기민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건설업계는 내년에도 재무·기술·안전 중심의 리더십 선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외부 환경이 단기간에 나아질 가능성이 낮은 데다, PF와 안전 규제는 이미 구조적 변수로 자리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회사가 살아남기 어렵다”며 “앞으로의 CEO는 수주보다 리스크를, 성과보다 안전을 먼저 챙기는 체질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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