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 우리금융 자회사 10곳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일제히 만료된다. 특히 그룹을 이끌고 있는 임 회장의 거취에 따라 로드맵 전체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임 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회장 공백에 인사·전략 표류 불가피"
임 회장 연임이 무산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은 조직 불안정이다. 2020년 손태승 전 회장 임기 말 혼선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차기 회장 선임이 5개월가량 지연되면서 계열사 CEO 인사가 연쇄 밀렸다.시중은행 임원은 "회장 공백기엔 중요 의사결정이 보류되고 계열사 CEO들도 적극 경영을 펼치기 어렵다"며 "최소 수개월간 그룹 전체가 관망 모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임 회장이 3년간 공들여온 '비은행 강화' 전략의 연속성이 끊길 가능성이 크다. 임 회장은 2022년 3월 취임 후 우리금융증권(옛 우리종금증권)과 ABL생명을 인수하고 우리자산운용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우리금융 비은행 부문 당기순이익은 2021년 2847억원에서 지난해 5120억원으로 80% 증가했다.
우리금융증권 남기천 대표 등 임 회장이 영입한 외부 인사들의 거취도 불투명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새 회장이 자신의 인사를 앉히려 하면 핵심 인력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CEO 10명 임기가 동시에 끝나는 상황에서 회장 교체까지 겹치면 인사 공백이 가중된다. 한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더십 공백기에 경쟁사 대비 시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혁신 계기...대수술 적기" 기대감도
반면 새 리더십이 그룹에 필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디지털 전환과 차세대 금융서비스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신선한 리더십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임 회장 체제에서 비은행 확장은 성과를 냈지만 카카오뱅크·토스 등 빅테크 금융과의 플랫폼 경쟁에선 뒤처진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우리은행 모바일앱(MAU·월간활성이용자) 순위는 지난해 4분기 시중은행 중 5위에 그쳤다.
외부 전문가나 젊은 리더십 영입 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과거 임 회장도 취임 전 내정 단계에서 과감한 쇄신 인사를 단행해 조직 변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대형 계열사 CEO 임기가 동시에 끝나는 상황은 '일괄 쇄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적재적소 인사로 그룹 전체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절호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올해 선임된 우리카드·우리금융캐피탈 등 5개 계열사 CEO가 이례적으로 1년 임기를 받은 것처럼, 새 회장이 더 강력한 성과주의를 도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재명 대통령 동문 라인 부각...내부 후보군 관심
임 회장 연임이 무산될 경우 차기 회장 후보로 우리금융 내부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중앙대 법학과 동문인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와 박종인 우리은행 개인그룹부행장이 현 정부와의 정책 코드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 인사에서 정부와의 소통 능력과 정책 이해도가 중요한 변수"라며 "학연과 정치적 코드가 완전히 배제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공공 금융기관 인사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 박상진 산업은행 신임 회장은 1962년생으로 전주고와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해 이재명 대통령과의 학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실력과 경험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융지주 회장은 그룹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만큼 정치적 고려보다 경영 능력이 핵심"이라며 "학연보다는 성과와 비전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 내부에선 조직 안정성을 중시하는 입장과 외부 영입을 통한 쇄신을 선호하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금융 중간관리자는 "임 회장이 물러나면 내부 승진 기회가 열린다는 기대가 있지만, 급격한 변화에 대한 불안감도 공존한다"고 전했다.
다음달 회장후보추천위 가동...연내 윤곽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달께 임 회장 연임 여부 결정 절차에 들어간다. 위원회는 사외이사 5명과 사내이사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구체적 일정은 미정"이라며 "경영승계 규정에 따라 이사회가 종합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조직 안정성을 중시하는 '연속성'과 새 도약을 기대하는 '변화'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임 회장 거취는 올해 안에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며 "10개 계열사 CEO 인사도 그에 맞춰 순차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