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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韓 엔터社 최초 사우디에 현지 법인 설립..사우디에 '문화 생태계'를 심는 진짜 이유

선재관 기자 2025-07-24 06:05:00

'비전 2030' 올라탄 K-콘텐츠의 '새로운 공식'

'오일 머니'가 전부가 아니다…CJ ENM의 사우디행, 노림수

 2023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케이콘 사우디 아라비아(KCON SAUDI ARABIA)’ 현장 모습. [사진=CJ ENM]

[이코노믹데일리] CJ ENM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중동 법인 'CJ ENM Middle East'를 설립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현지 법인 설립은 단순한 K-콘텐츠 수출 판로 개척을 넘어 중동 시장에 K-콘텐츠의 '완성형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이는 포화된 기존 시장에서 벗어나, 국가적 변혁기를 맞은 대형 시장의 중심부에 진출하려는 정교한 포석이다. CJ ENM이 중동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자본 유입을 넘어서 '시장 창출', '지식재산권(IP) 현지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CJ ENM이 본 것은 사우디의 현재가 아니라 '비전 2030'이라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다.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문화·엔터 산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으려는 사우디 정부의 강한 의지는 외국 기업에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 규제 완화, 인프라 확충, 자국민의 문화 소비 장려 등을 통해 형성 중인 이 ‘기획된 시장’은 낮은 불확실성과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췄다.

특히 인구의 60% 이상이 30세 미만인 젊은 구조는 K-콘텐츠의 주요 소비층과 일치한다. CJ ENM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 대신 형성 초기 단계에서 ‘K-컬처’를 표준으로 각인시키는 ‘선점 효과’를 노리고 있다. 국내 엔터사 최초의 현지 법인 설립은 이 같은 자신감을 상징하며 콘텐츠 판매를 넘어 시장의 룰과 취향을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 콘텐츠 수출을 넘어 ‘IP 생산기지’로의 전환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2024년 9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아흐메드 알카티브 관광부 장관과 만나 관광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CJ그룹]

CJ ENM의 핵심 전략은 사우디를 단순한 소비 시장이 아닌 새로운 ‘IP 생산기지’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CJ ENM이 수십 년간 구축해온 ‘IP 밸류 체인’을 현지에 이식한다. 음악 기반 IP 생태계(MCS)를 도입해 K팝 성공 모델을 활용, 현지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출자한 ‘셀라(SELA)’와 협력해 대규모 K팝 콘서트와 문화 이벤트를 공동 기획하고 현지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샤히드(Shahid)’를 통해 기존 IP를 유통해 영향력을 확대한다.

향후에는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와 같은 인기 IP를 사우디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하거나 사우디의 자본과 스토리를 결합한 새로운 글로벌 콘텐츠 공동 제작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는 단발성 수출이 아닌 현지에서 IP를 직접 생산·유통하며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CJ ENM은 ‘고기 잡는 법’을 전수하고 그 어장을 함께 소유하려는 셈이다.

CJ ENM의 이러한 결정은 기존 국내외 시장 성장의 한계를 인식한 데서 출발했다. 북미·일본·동남아 등 주요 시장은 이미 글로벌 OTT 플랫폼들과의 경쟁으로 레드오션이 됐고 ‘2025년 글로벌 확장의 원년’을 선언한 CJ ENM에게 중동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이번 리야드 법인 설립은 과거 CJ가 영화 산업 초기 드림웍스에 과감히 투자했던 사례와 닮아 있다. 단기 수익보다 미래 가능성에 투자해 산업 지형을 바꾸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특히 사우디 국부펀드와 연계된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은 사업 안정성을 높이고 향후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CJ ENM은 K-콘텐츠의 문화적 영향력을 지렛대 삼아 사우디 경제 변혁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기업의 향후 30년을 이끌 성장 엔진을 마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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