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월드 챔피언’ T1이 벼랑 끝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T1은 12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로세움에서 열린 ‘2025 리그 오브 레전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패자조 최종전에서 중국의 신흥 강호 애니원즈 레전드(AL)를 상대로 5세트까지 가는 혈투 끝에 세트 스코어 3:2로 신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T1은 2022년 이후 3년 만에 MSI 결승 무대를 밟게 됐으며 먼저 결승에 선착한 LCK의 숙적 젠지와 우승 트로피를 놓고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치게 됐다.
경기는 시작부터 챔피언의 안일함을 경고하는 듯한 AL의 매서운 공세로 시작됐다. 창단 후 처음으로 국제 무대에 오른 AL은 1세트부터 주눅 들지 않고 T1과 대등한 라인전을 펼쳤다.
‘페이커’ 이상혁과 ‘구마유시’ 이민형이 교전마다 날카로운 플레이로 우위를 점하는 듯했으나 20분경 미드 라인에서 벌어진 대규모 한타에서 AL의 원거리 딜러 ‘호프’ 왕제가 폭발적인 화력으로 T1을 무너뜨리며 전세를 단숨에 뒤집고 첫 세트를 가져갔다.
일격을 맞은 T1은 2세트, 전열을 가다듬고 즉각 반격에 나섰다. 초반 ‘라인 스와프’를 통해 3킬을 확보하며 영리하게 이득을 굴린 T1은 탑 라이너 ‘도란’ 최현준의 압도적인 활약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도란은 9분경 포탑을 끼고 버티던 상대 2명을 모두 잡아내는 슈퍼 플레이를 선보였고 이후 교전마다 상대의 핵심 화력을 봉쇄하며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결국 T1은 20분경 상대 전원을 잡아내는 ‘에이스’를 띄우며 2세트를 완벽하게 제압,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러나 AL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3세트 밴픽 단계에서 AL은 ‘페이커’의 주력 챔피언을 집중적으로 금지하며 영리하게 대응했고 T1은 궁극기 연계가 중요한 한타 조합으로 맞섰다.
하지만 경기 초반 T1은 상대 정글러 ‘타잔’ 이승용의 갱킹에 연달아 킬을 허용했고 17분경 내셔 남작을 노리다 4명이 전사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며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다. 초반 우위를 점한 AL은 눈덩이를 굴리듯 격차를 벌려나갔고 31분 만에 3세트를 가져가며 T1을 탈락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패배까지 단 한 세트만을 남겨둔 4세트, T1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벼랑 끝에 몰린 T1은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운영의 묘를 살리기 시작했다. AL이 킬 스코어에서 앞서갔지만 T1은 드래곤 버프를 차곡차곡 쌓으며 글로벌 골드 격차를 내주지 않았다.
승부처는 25분, 세 번째 드래곤까지 확보한 T1은 ‘오너’ 문현준의 릴리아가 환상적인 궁극기로 상대 진영을 무너뜨리며 에이스를 기록했다. 기세를 탄 T1은 그대로 상대 본진으로 진격해 넥서스를 파괴하며 승부를 마지막 5세트로 끌고 갔다.
운명의 5세트, 기세는 완전히 T1 쪽으로 넘어왔다. ‘오너’ 문현준은 초반부터 ‘도란’, ‘구마유시’와 완벽한 연계 플레이로 타워 다이브를 성공시키며 선취점을 가져왔다.
다급해진 AL은 오브젝트를 통해 반전을 노렸지만 15분경 협곡의 전령 앞에서 벌어진 한타에서 ‘페이커’와 ‘구마유시’에게 더블킬을 헌납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25분경 AL이 T1의 바론 사냥을 노리고 던진 마지막 승부수마저 ‘오너’의 완벽한 역공에 막히며 패색이 짙어졌다. 결국 T1은 압도적인 전력 차를 앞세워 29분 만에 AL의 넥서스를 파괴, 길고 긴 혈투의 마침표를 찍고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올해 MSI 결승전은 T1과 젠지의 대결로 확정되며 어느 팀이 우승하든 LCK가 챔피언 타이틀을 가져오게 됐다. 숙명의 라이벌이 펼칠 세기의 대결은 오는 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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