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 설사, 혈변 등 장(腸) 증상뿐 아니라 항문 병변, 피로감, 발열 등의 장 외 증상도 동반할 수 있어 환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크론병 환자는 3만323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1만6138명에서 10년 새 2.1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하는 크론병은 약 4명 중 1명(25%)이 장 외 증상만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있어 성인보다 진단이 더 어렵고 조기 발견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크론병의 대표적인 장 외 증상은 항문 병변이다. 항문 농양이나 누공이 주로 나타나며 최근에는 10세 이하의 항문 농양 환자 중 크론병으로 진단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의료 현장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김은실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크론병은 성인과 질병 양상이 다르다”며 “장 증상이 없어도 항문 병변이 있다면 반드시 크론병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 크론병의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 번째는 소아·청소년은 상부 위장관까지 염증이 퍼지고 궤양도 깊고 심한 경우가 많으며 특히 항문 누공이나 농양은 성인에서는 10~20%, 소아·청소년에서는 무려 50%에서 동반된다.
김 교수는 “크론병에 의한 항문 누공은 생물학적 제제가 아니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진단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소아·청소년은 증상이 빠르게 악화되기 때문에 보호자가 조기에 병원을 방문하더라도 이미 심한 염증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장 협착, 복강 농양, 장 누공 같은 복잡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빠른 의심과 진단이 필수다.
마지막으로 염증 물질(사이토카인)의 분비, 영양 흡수 저해, 성장호르몬 변화 등이 아이들의 키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면 결국 키가 제대로 자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 조기 개입이 예후에 결정적이다.
김 교수는 “크론병은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은 질환”이라며 “복통이나 설사 같은 전형적인 장 증상이 없더라도 항문 병변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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