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의약품 제조 촉진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의약품 가격과 관련해 다음 주 큰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불공정하게 갈취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력히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한국 의약품 최대 수출 시장이다. 한국바이오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39억7000만 달러에 달하며, 이 중 바이오의약품이 37억4000만 달러로 94.2%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역시 올해 바이오의약품 수요 증가와 미국·유럽 시장 호조에 힘입어 전체 의약품 수출이 12.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관세를 인상할 경우 국내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큰 발표', '불공정한 갈취' 등 강경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높은 관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 관세율로 "25% 또는 그 이상"을 언급하기도 했으나, 실제 관세 부과 대상에서는 제외된 바 있다. 이에 이번 발표에서 높은 관세율이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제기돼 온 의약품 관세 문제에 대해 시간문제로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아직 미리 움직이지는 못하는 상태고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여러 가지로 고민 중인데 기본적으로 한 두 달 안에 대응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다"고 신중하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부 대형 바이오 기업들은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필요시 현지 완제의약품 생산을 확대하고 원료의약품 수출에 집중하는 한편, 현지 생산시설 확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 역시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약 6개월분의 의약품 재고를 비축하는 등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 비중이 큰 일부 대형 업체들이 현지 위탁생산 등 대안을 모색해 온 만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최종 관세 발표 내용과 그 수위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향후 발표될 구체적인 관세율과 품목 등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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