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신화통신)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스포츠 모자 3개 중 1개가 중국의 작은 마을에서 생산되고 있다.
리거좡(李哥庄)진을 중심으로 산둥(山東)성 자오저우(膠州)시에서는 매년 약 5억 개의 중고급 스포츠 모자 및 캐주얼 모자가 생산된다. 이에 따른 생산액은 약 35억 위안(약 7천억원)에 달하며 제품은 유럽∙미국∙일본∙한국∙아프리카 등 100여 개 국가(지역)로 수출된다.
다양한 모자 공장이 자리 잡은 리거좡진에서는 형형색색의 광고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구 12만 명의 이 작은 마을에서 모자 제조 산업에 종사하는 주민은 30%에 달하며 원∙부자재 조달, 제품 디자인, 가공 제조, 물류 운송 등 전체 산업사슬을 아우르는 모자 관련 기업만 400개가 넘는다. 리거좡진이 '중국 모자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리거좡의 주 수입원은 농업이었다. 그러다 1985년, 한 홍콩 상인이 현지 기업과 협력해 리거좡진에 최초의 현대식 모자 제조 기업을 설립했다. 이 기업은 불과 3년 만에 중국 내 모자 업계의 선두 주자로 성장했고 마을 주변의 많은 가내 수공업의 발전을 견인했다. 이를 통해 모자챙, 버클, 장식 등 업∙다운스트림 산업사슬이 형성돼 기업에 납품했다.
특히 캡모자는 스포츠 모자의 중요한 품목 중 하나로 그 제작 과정에 수십 가지 공정이 포함되어 있다. 2013년, 리거좡 주민들은 캡모자에 대한 업계 표준을 제정하자는 '대담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 시도를 계기로 중국 모자 제작 업계의 '국가 표준'이 제정됐고 이를 통해 저가 경쟁 문제가 크게 줄어들어 전체 산업의 생산 가치를 20%나 끌어올렸다.
칭다오 첸펑(前豐)국제모자예술회사 생산 작업장. 비주얼 시스템이 정밀하게 위치를 파악하자 로봇팔이 빠르게 원단을 집어 들고 재봉 장비는 정확하게 각 재봉 공정을 수행한다. 이 복잡한 공정 한 세트가 단 8초 만에 완성된다.
2018년부터 스마트 모자 제조 자동화 생산라인 개발에 착수한 해당 기업에서는 자수, 챙 박음질, 재봉 등 60%의 공정이 자동화 생산을 실현했다. 자동화, 디지털화, 그리고 산업용 인터넷 기술의 도입에 힘입어 기업의 생산 효율은 100% 향상됐고 인건비는 50% 절감됐으며 생산 주기는 28% 단축됐다.
이처럼 리거좡진의 모자 산업은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마을은 표준화 작업장 조성, 스마트 공유 공장 설립, 자동화 장비 및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생산 비용을 약 30% 줄였고 생산 효율은 약 4배 향상시켰다.
또한 리거좡진의 모자 산업은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탄소 제로 스마트 제조 작업장 ▷스마트 제조 연구개발(R&D) 센터 ▷산업 인터넷 전시 센터를 일원화한 모자 산업 클러스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했다.
작은 모자 하나가 일궈낸 수십억 위안(1억 위안=200억원)의 산업은 전 세계 소비자에게 정교하고 멋진 모자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의 소득 증대에 일조하며 현지 경제 발전의 강력한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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