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게임업계에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는 높은 수익성과 충성도를 기반으로 오랫동안 ‘효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과도한 과금 유도로 인한 피로도 누적, 장르 및 플랫폼의 다변화로 이용자가 이탈하면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올해 1분기 출시된 MMORPG 신작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장르의 저력을 다시금 입증하고 있다.
9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위메이드의 ‘레전드 오브 이미르’는 지난 2월 20일 출시된 이후 45일 만에 양대 애플리케이션(앱) 마켓(구글 플레이·애플 앱스토어)에서 누적 다운로드 약 60만건, 누적 매출 1500만 달러(약 220억원)를 기록했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같은 기간 국내 모바일 게임 중 2위이며 누적 매출은 전체 4위에 해당한다. MMORPG 장르 내에서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의 흥행은 위메이드의 국내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 매출 순위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위메이드는 이 게임 출시 전까지만 해도 15위권에 머물렀으나 이후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2년 전 출시된 ‘나이트 크로우’도 꾸준히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센서타워는 “위메이드가 MMORPG 장르 내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MMORPG의 핵심인 몰입감 있는 플레이와 시각적 완성도를 결합해 이용자들의 흥미를 끌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블록체인 인프라와 ‘대체 불가능 아이템’(NFI) 시스템을 도입해 인게임 자산의 희소성을 보장한 것이 투명한 디지털 자산 소유를 중시하는 이용자층을 효과적으로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넥슨이 지난달 27일 야심차게 선보인 ‘마비노기 모바일’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며 출시 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출시 직후 양대 앱 마켓 인기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매출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초반에는 구글 플레이 매출이 20위권에 머물렀으나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에 성공했다. 9일 기준 ‘마비노기 모바일’의 매출 순위는 구글 플레이 3위, 애플 앱스토어 1위에 올라 있다. 넥슨 관계자는 “중·후반부 콘텐츠가 이용자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주며 꾸준한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생활·소셜 콘텐츠를 중심으로 기존 MMORPG와는 차별화된 게임성을 선보이고 있다. 전투 콘텐츠도 ‘우연한 만남’ 시스템처럼 협동에 중점을 두면서 경쟁 요소를 대폭 줄였다. 이러한 방향성은 자연스럽게 과금 부담 완화로 이어졌다. 실제로 이 게임은 과금 의존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상승에 성공했는데 이는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기반한 과금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최근 국내 MMORPG 신작들은 각자의 강점과 개성을 살려 장기 흥행의 기반을 다지는 데 성공하고 있다. 특히 경쟁과 과금 중심의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콘텐츠 완성도와 이용자 경험에 집중한 전략이 효과를 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운영 방식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낸 만큼 향후 MMORPG 시장이 전반적인 체질 개선과 함께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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