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는 올해 에스엘디티 수익 개선 가속화라는 중책을 맡았다. 무신사는 2023년 역대 최대 매출을 냈으나, 자회사 리스크로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하며 뼈 아픈 성적표를 받았다. 에스엘디티가 무신사 품 안에서 백조로 거듭날지, 적자 확대로 흑조로 남을지 향방이 주목된다.
2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에스엘디티와의 합병 절차를 오는 31일 마무리한다. 앞서 지난해 12월 무신사를 존속회사로 에스엘디티를 소멸하는 합병계약이 각 사의 이사회에서 승인됐다.
에스엘디티는 지난 2020년 무신사 내부에서 자회사로 독립한 곳으로 현재 한정판 마켓 솔드아웃을 운영 중이다. 한정판 패션 상품과 브랜드 정품 보장 판매, 저렴한 수수료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출시 당시에는 리셀 플랫폼 ‘크림(Kream)’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으나, 잦은 가품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SLDT의 매출액은 2021년 16억원에서 2023년 134억원으로 급증한 반면 2021년부터 적자를 지속하며 최근 3년간 누적 순손실은 873억원에 달한다.
무신사가 SLDT를 합병한 배경에 대해 “테크 부문 강화를 위해 발표한 ‘OCMP(원 코어 멀티 플랫폼)’ 전략의 일환”이라며 “플랫폼에서 공통된 영역을 연동·통합해 운영 효율화를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신사는 합병이 마무리되면 SLDT는 팀무신사 차원의 OCMP 일환으로 운영 및 리소스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특히 팀무신사에서 운영 중인 무신사, 29CM(이십구센티미터), 엠프티 등 다른 플랫폼과의 상품 데이터베이스(DB) 연동 등으로 시너지도 강화할 계획이다.
무신사와 에스엘디티의 합병을 통해 자회사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신사의 2023년 매출액은 9931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86억원으로 창사 첫 적자를 기록했다. 순손실은 116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을 79% 줄였으나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이는 무신사 자회사의 부진이 주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에스엘디티의 적자 탈출은 무신사 실적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엘디티에게도 희소식은 있다. 고물가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리셀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고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2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지는 물가 부담에 중고 판매채널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올해 43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2008년 4조원 규모로 시작해 2021년 24조원, 2023년 26조원으로 꾸준히 몸집이 커지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에스엘디티가 작년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추진해온 결과 1~12월 누적 영업 손실 규모를 전년 대비 43%까지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월간 BEP(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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