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루스는 지난달 21일, 바이비트의 이더리움 지갑을 해킹하는 대담한 수법을 사용했다. 바이비트는 즉각 현상금을 내걸고 도난당한 이더리움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며 현금화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현재까지 4000만 달러(약 582억원)를 찾아내 거래를 동결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이미 상당 부분은 북한의 손에 넘어간 후였다.
가상화폐 보안 전문가들은 북한의 뛰어난 자금 세탁 기술을 고려할 때 나머지 피해 금액을 회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상화폐 보안업체 엘립틱의 공동 설립자인 톰 로빈슨 박사는 “북한은 가상자산 범죄자 중 암호화폐 세탁에 가장 능숙한 집단”이라며 “자동화된 도구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24시간 내내 교대로 현금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엘립틱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해킹으로 탈취된 자금 중 이미 20%는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는 5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의미하며 회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북한은 라자루스와의 연관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라자루스를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킹 조직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이들이 사이버 공격을 통해 탈취한 자금을 북한 정권의 핵 개발 및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라자루스는 2014년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범죄를 주도해 온 배후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2019년 업비트 이더리움 탈취 사건, 2022년 로닌 네트워크 해킹 사건 등이 라자루스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탈취한 가상화폐를 현금화하여 군사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 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통해 외화벌이를 지속하는 한, 암호화폐를 이용한 불법 자금 조달 행위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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