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5일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이 중국에서 소비되고 있기에 중국 배터리 기업의 성장이 가파른 것은 당연하다"며 "아울러 과거 배터리 효율성 때문에 삼원계(NCM) 배터리가 인기 많았다면 지금은 저렴한 가격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더 인기를 끌어 중국 기업의 LFP 배터리가 선택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LFP 배터리 선호 증가에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국 CATL과 BYD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각각 36.8%, 17.1%로 나타났다. 두 기업만으로 배터리 시장 과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반면 NCM 배터리를 주로 하는 국내 배터리 3사는 점유율 19.8%를 기록하며 2023년 동기 대비 3.7%p 하락했다.
아울러 기업 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배터리 업계의 시총이 급락했다. LG엔솔은 시총 19조5390억원이 증발했다. 삼성SDI도 15조6439억원 감소했다.
배터리 기업의 시총 감소는 배터리 소재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축 전지 제조업체 에코프로비엠 시총도 17조4086억원 감소했다. 이차전지 소재를 주사업으로 하는 포스코퓨처엠도 16조5848억원 떨어졌다.
시총과 함께 배터리 3사의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LG엔솔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조45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9.4% 감소했다. 삼성SDI, SK온도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총과 매출 등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3사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LFP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에 7조2000억원을 투입해 LFP 에너지저장용(ESS)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2025년 하반기에는 LFP 배터리를 양산해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삼성SDI와 SK온도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SK온은 이미 2023년 3월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기업의 LFP 배터리 사업 시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라인업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국은 LFP 배터리보다 더 저렴한 나트륨 배터리까지 시작해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환경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LFP 배터리는 원자재 가격이 저렴해 재활용 과정에서 사용되는 인건비, 전기세 등 비용적인 측면에서 재활용의 가치가 떨어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 기술력으로는 LFP 배터리를 재활용할 때 약 15% 정도만 건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등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움직임이 없다"고 비판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