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높은 둔덕과 콘크리트 외벽, 철새 도래지임에도 설치되지 않은 조류 탐지 레이더, 다른 공항에 비해 짧은 활주로 길이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31일 이코노믹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에서 공항의 부실한 점에 대해 많이 지적되고 있다"며 "이번 사고를 통해 다른 공항도 변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무안국제공항의 시발점은 1993년 7월 26일 발생한 아시아나 목포 사고다. 김포공항을 출발해 목포공항에 도착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 OZ733편 여객기는 착륙에 실패해 근처 야산에서 발견됐다. 이날 발생한 사고로 탑승객 110명 중 63명이 사망했다.
이후 국회 교육체육위원회 공항시설안전실태파악소위원회는 무안국제공항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안개가 잘 끼지 않고 평지인 무안의 지리적 장점이 부각돼 무안을 선정했다.
이에 무안국제공항은 금호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며 1999년 짓기 시작했다. 편익 대비 높은 비용이 우려되며 개항이 한 차례 미뤄지기도 했지만 2007년 결국 무안국제공항은 개항했고 지난 7일 제주항공의 국제선 정기편 운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번 사고는 국제선 정기편이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발생했다. 무안국제공항이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 중 하나다.
먼저 무안국제공항은 인근에 갯벌과 호수 등 대규모 철새 도래지가 네 군데나 있다. 이착륙 항공편 대비 조류 충돌 발생률이 0.09%로 전국 공항 중 가장 높다.
2020년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기체가 조류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조류탐지 레이더와 열화상 탐지기가 없으며, 조류 퇴치 인력도 4명으로 김포공항(23명), 제주( 20명), 김해(16명)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활주로 길이도 문제로 지적됐다. 무안공항은 제1활주로 길이가 2800m다. 인천공항(3750~4000m)보다 25~30% 정도 짧다. 아울러 사고 당시 300m는 활주로 확장 공사에 사용돼 2500m만 사용할 수 있었다.
활주로 끝에 설치된 둔덕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 둔덕에 대해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30일 "무안 국제공항은 활주로 종단 안전구역 외곽의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1m 거리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설치돼 있다"며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위각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로,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률 상의 해석의 차이를 지적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법학과 교수도 "공항 건설 법률에는 착륙대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에는 활주로와 정지로를 다 포함한다"며 "이렇게 되면 방위각 시설도 안전구역에 포함시키다는 것이기에 방위각도 부서지기 쉬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입을 모았다. 황 교수는 "해외 공항 건설 법규를 가져와 엉터리 해석을 하는 것이 아닌 명확한 규정을 통해 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며 "항공 전문가 육성을 위해 항공청을 만들어 관련 기술이나 법규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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