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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중국·중동의 공급과잉으로 무너지는 석화업계, 정부 개편안 실효성에 의문

김인규 수습기자 2024-12-26 15:21:40

정부, 자발적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지원책 마련

업계·전문가 사이에선 정부 개입 필요성 정도를 두고 의견 갈려

석유화학 산업 개편, 자발적 구조조정만으로 혁신 가능할까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개편 대책을 두고 업계와 전문가들 간 입장이 갈리고 있다. 침체된 석화업계 재부상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일각에서는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 개편의 적기를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26일 “지금처럼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석화업계가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사업 재편이나 구조조정을 실행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현재 시국으로 인해 조타수가 없는 상황이라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공개했다. 자발적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재편 지원을 통해 주요 사업을 기존의 기초 범용제품에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개선한다는 것이었다. 설비폐쇄·인수합병·합작법인 설립을 진행하도록 장려한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이 이끌고 있는 국내 석화업계는 2022년 이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돼 올해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과 중동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저가 물량공세가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자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이른바 ‘체질개선’을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정부 개편안이 지원책에 머무르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9월에도 자발적 사업재편 유도 내용이 담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놨지만 무산된 바 있다. 당시에는 세계적인 호황 사이클이 맞물려 회복세를 보였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구조적 호황이 오기 힘들다고 보고 있어 석화업계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계엄·탄핵 정국까지 겹쳐져 이번에도 큰 변화가 없으면 석화업계는 돌이킬 수 없는 침체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실제 일본과 서유럽 등 선진국이 석유화학 설비를 2010년 대비 15%, 9% 줄인 것과 반대로 한국은 석유화학 설비를 2010년 대비 70% 늘려왔다.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 구조조정은 쉽사리 추진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사례를 언급한 한 전문가는 “그간 정부 개입이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았다”며 “독과점 같은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적정 범위를 잘 찾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9년 3월 산업은행 주도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2022년 1월 핵심 선박 발주처인 유럽연합(EU)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해 인수합병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은 미래전략 추진 동력을 잃었고 기회 비용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오히려 기업에게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발표한 이번 경쟁력 제고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면서 앞으로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향후 정부 정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교수는 “미국·유럽·일본 등은 국제 환경 규제와 규범에 참여하면서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공약은 물론 일본이나 유럽의 환경정책 도입도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보완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약화 문제는 근본적으로 국제 환경 규범에서 각국 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를 참고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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