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홈쇼핑업계가 ‘송출수수료’ 협상 난항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탄핵 정국으로 시청자까지 빠지며 비상이 걸렸다. 대중의 관심사가 정치·사회 이슈로 쏠리다 보니 황금 시간인 저녁 시간에 홈쇼핑 방송을 보지 않고 방송 뉴스로 채널을 돌리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장기화로 홈쇼핑 수요 위축이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오후 시간 시청률이 크게 하락하고 상품별 실적도 계엄 선포 이전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주요 홈쇼핑 업체의 오후 8~10시 시청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홈쇼핑 업체 A사의 경우 계엄령 선포 다음 날인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오후 8~10시 시청률이 전년 동기·동시간 대비 22%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쇼핑 업체 B사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 업체는 계엄령 선포가 있던 지난 3일 밤부터 계엄 해제 이후 4일 오전까지 대부분 방송 상품 매출이 목표 대비 70% 이하를 기록하는 등 소비가 위축됐다.
이후에도 일주일간 실적이 목표 대비 90% 미만에 그치는 등 소비심리가 줄어들고 있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슈가 불거진 지난 2016년 11월 당시 홈쇼핑 업종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63.3% 급감한 1519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홈쇼핑이 유독 탄핵 집회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 이유는 정치적 이슈로 인한 뉴스 시청 증가가 TV홈쇼핑의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홈쇼핑의 황금시간 대인 저녁에 집회가 이뤄지면서 직접적인 영향권으로 놓인 것으로 분석됐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이 장기화 될 경우 홈쇼핑업계의 실적 타격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케이블TV 업체와의 송출수수료 갈등도 남아있는 상태다.
홈쇼핑 업체들은 IPTV,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사에 송출수수료를 지급하고 채널에 입점한다. 지난해 전체 홈쇼핑 회사의 방송 매출액의 71% 수준이 송출수수료로 나갔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을 회복하지 못한 홈쇼핑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TV홈쇼핑협회가 발표한 ‘2023년도 TV홈쇼핑 산업 현황’에 따르면 케이블TV 사업자가 한 해 동안 홈쇼핑 채널로부터 받은 송출수수료는 총 7318억원인데, 이는 전체 매출 가운데 42.2%에 달한다. 2014년 32.5%에서 9.7%p 높아졌다.
CJ온스타일은 최근 딜라이브, 아름방송, CCS충북방송 등 케이블TV에서 홈쇼핑 송출을 중단했다. 송출 수수료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방송이 끊기는 ‘블랙아웃’이 현실화된 것이다.
다른 홈쇼핑사들도 유료방송사와 협상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와, 현대홈쇼핑은 IPTV 서비스를 운영 중인 LG유플러스와 각각 송출 수수료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정부가 꾸리는 대가검증협의체로 공은 넘어간 상황이다.
홈쇼핑 업체들의 이러한 행보에는 실적 위기감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
CJ온스타일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3378억원으로 전년(1조3554억원) 대비 1.3%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93억원으로 4.1%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20년 이래 3년 내리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영업이익은 2020년(1792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롯데홈쇼핑의 지난해 매출액은 94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89.4% 줄었다. GS샵의 지난해 매출액도 1조1310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425억원에서 1169억원으로 18% 역성장했다.
홈쇼핑 관계자는 “계엄 사태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최근 계엄 사태 영향이 없을 수는 없어 아직은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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