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4일 "완성차 업계가 현재 '불확실성이 큰 시기'라 미래의 향방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한 가운데 그 중에서도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었고 트럼프 리스크 등으로 자금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친환경차로 떠오르던 전기차의 성장세 둔화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타격을 미쳤다.
산업연구원이 공개한 '전기차와 배터리산업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을 보면 지난 2021년 전기차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2020년 43% 증가에 이어 2021년 109%, 2022년 5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35%로 급감하며 전기차 캐즘 시대가 도래했다.
완성차 기업에 닥친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연기관에선 후발주자였던 '중국'의 가파른 성장도 문제로 떠올랐다. BYD(비야디) 등 중국 완성차 기업은 저렴한 가격의 자동차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일(현지시간) 지프, 푸조 등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4위 완성차 그룹인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한 이유도 최근 중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실적 부진과 주요 수익원인 북미 시장의 수요 감소 등에 따른 어려움 때문이었다.
이 같은 어려움은 스텔란티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포드 역시 2027년까지 독일에서 일자리 2900개, 영국 800개, 다른 유럽 국가에서 300개를 줄이기로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 9월엔 독일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이 독일 내에서 최소 2곳의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며 정책 불확실성을 키웠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전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및 감축을 주장해왔다. IRA는 친환경적 투자나 전기차 등에 대해 보조금을 제공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법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IRA를 '녹색 사기'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높은 관세 정책도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다. 인선이 마무리된 트럼프 2기 행정부에는 상무장관으로 금융자산가 하워드 러트닉이 지명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고관세 부과 작업을 이끈 제이미슨 그리어는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나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고관세 전략을 주장해 왔다.
이를 극복하려면 국내 완성차 산업이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현재 중국의 성장과 전기차 캐즘으로 완성차 시장이 이미 어려움을 직면했기에 트럼프 당선인 집권 전 철저한 대비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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