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이 한미간 무역 불균형 해소를 주장하며 대미 무역 수지 흑자가 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업계를 압박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고관세 정책에 나설 경우 두 업계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장은 25일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큰 데다 증가 속도까지 빠른 자동차 수출이 통상 품목 중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자동차와 차량용 부품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7일 공개한 '2024년 상반기 대미 무역 및 주요 수출 품목 동향'을 보면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직전해 대비 44.6% 증가한 322억 달러(약 44조9500억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1~6월) 대미 자동차 수출액도 190억 달러였다. 차량용 부분품·부속품 수출 역시 올 상반기 35억 달러를 달성하며 대미 수출 품목 2위에 올랐다.
다만 해당 업계의 무역 수지 흑자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김종덕 실장은 "트럼프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고관세 부과, 미국 내 법인세 인하로 국내 자동차·자동차 부품 기업이 미국 현지로 이동할 경우 대미 무역 수지가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현재 미국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기업은 현대차그룹과 부품 협력사인 에코플라스틱(범퍼), 아진산업(차체·전장부품), 한온시스템(차량 냉·난방 공조) 등이 있다. 이들은 현대차·기아가 미국 조지아주 동부 서배너 브라이언카운티에 건설 중인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HMGMA) 공장 설립에 맞춰 함께 이동했다.
IRA 폐지 및 혜택 감소 우려도 나온다. IRA는 친환경적 투자나 전기차 등에 대해 보조금을 제공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법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IRA를 '녹색 사기'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폐지 또는 혜택 감소를 주장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3일 메타플랜트에서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아이오닉9'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차·기아는 메타플랜트에서 전기차 모델을 연간 30만대 이상 생산할 예정이다. 메타플랜트에서 생산하는 차량과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만드는 EV9은 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트럼프 2기 내각이 출범하면 혜택 여부는 불확실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교수는 트럼프 당선을 "자동차 업계의 '악재'"라고 표현한 뒤 "IRA 폐기 등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우리 기업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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