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올해 유통업계를 결산하고 내년 유통시장의 변화와 판도를 미리 조망해보는 '2025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대한상의는 "내년 미국의 우선주의, 관세 인상, 미‧중간 무역갈등 고조로 우리나라 수출 둔화와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유통업체들은 '백화점 명칭 변경', 'AI쇼핑 도우미' 등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기조강연자로는 글로벌 매니지먼트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코리아의 송지연 소비재 부문 파트너가 나섰다.
송 파트너는 "자기 탈피를 해내는 진화를 못하면 새로운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것이 유통업의 본질"이라며 "과거의 성공방정식을 하루 빨리 벗어나 파괴적 혁신을 단행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프라인 유통은 변혁의 시대를 맞아 과거의 유통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점포가 아닌 고객중심으로', '가격과 원가가 아닌 데이터와 고객 인사이트' 등에 기반한 사고와 변화 없이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화점업의 변화로 꼽은 건 '백화점 명칭 변경'과 '타운(Town)화'였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대구점을 '더현대 대구'로, 부산점을 '커넥트 현대'로 변경했고 신세계는 경기점 명칭을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바꿨다. 집객을 위해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호텔,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구성하는 타운화도 변화의 한 축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마트업계를 대표해 발표에 나선 이경희 이마트유통산업연구소 소장은 대형마트가 올해 –0.5% 역성장에서 내년에는 0.8%로 플러스 성장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 전망 이유로는 내식 수요 유지에 따른 식품 카테고리의 선방, 비식품의 개선 흐름, 신규출점 등을 들었다.
특히 대형마트 각사는 식품 경쟁력 끌어올리기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반영하듯 대형마트의 식품 매출 비중은 2021년 65.7%에서 올해 9월 현재 69.9%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물가 및 금리완화 추세, 일부 가전, 가구 등을 중심으로 교체 주기가 도래함에 따라 비식품부분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고 신규출점도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편의점업계 전망에 나선 신종하 BGF 리테일 실장이 내년 편의점 시장을 내다봤다. 부정적인 영업환경 속에서도 선방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신규점포 출점이 둔화되고 편의점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다 내년 최저임금이 1.7% 인상된 1만30원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한 점 등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기 상황이 부정적일수록 근거리에서 필요에 따라 소량구매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 때문에 국내외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타 전문 소매업과 서비스업의 매출을 편의점이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부정적 요인을 상쇄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아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박사는 온라인쇼핑업계 시장을 분석했다.
이 교수는 "C커머스의 한국 시장 공략과 더불어 내수시장의 한계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올 7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쇼핑 도우미 루퍼스가 정식 출시되면서 AI쇼핑 도우미 시대가 개막됐다"고 전했다.
또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양분하고 있는 시장에서 이들과의 경쟁을 피해갈 수 있는 특정 카테고리 중심의 온라인플랫폼(버티컬플랫폼)도 주목받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일본과 미국, 태국, 캐나다 등 13개국에 유통하고 있고 식품 플랫폼 컬리는 싱가포르, 홍콩,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진출에 힘입어 중국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미국 행정부의 정책 급변으로 우리 경제와 소비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은 미국 정책의 방향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면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가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제조, 유통, 물류, 금융 등 업계에서 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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