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건설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의 개정 건의서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전달했다.
내년 1월 27일이면 중처법이 시행 3년차를 맞지만,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보다 경영책임자의 처벌 등 역기능이 더욱 크다고 판단돼 건설업계가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처법이 개선되지 않으면 건설산업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전면적인 수술을 요구하고 나섰다.
25일 대한건설협회(건협)에 따르면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중처법 개정 건의서를 전달했다. 건의서 내용을 보면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을 ‘중대재해예방법’으로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막대한 처벌을 규정해 중대재해를 예방하자는 현 취지에서, 안전·보건 의무사항을 규정해 중대재해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바꾸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안전사고의 책임자를 명확화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안전사고 책임자를 경영책임자 외에도 안전보건 업무에 관한 최종적 의사결정 권한·책임을 위임받은 사람으로 명시했다.
중대산업재해의 기준도 완화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사망 1명 이상→동일사고 사망 2명 이상 △동일사고 전치 6개월 이상 부상 2명 이상→동일사고 전치 6개월 이상 부상 4명 이상 △직업성 질병자 1년 내 3명 이상→직업성 질병자 1년 내 6명 이상 등이다.
중처법의 처벌 및 징벌적 손해배상 수준도 완화해 줄 것을 건의했다.
근로자 사망 시 1년 이상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서 7년 이하 징역 혹은 5억원 이하 벌금으로 완화하고, 징역·벌금 병과 규정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근로자 부상·질병 시 7년 이하 징역 혹은 1억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개선해 줄 것을 건의했다.
법인 양벌규정도 사망 시 50억원 이하 벌금에서 20억 이하 벌금으로, 부상·질병 시 10억원 이하 벌금에서 5억원 이하 벌금으로 개선 요청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금액도 손해액의 5배 이내에서 3배 이내로 낮춰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기업 규모별로 중처법 대응역량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대기업·중기업·소기업 등 역량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의무 차등화를 둘 것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한승구 건협 회장은 “중처법 시행에 따른 사망자 감소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대수술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중처법 시행 전인 2021년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고사망자는 248명이었지만, 중처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2023년엔 244명으로 4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올 1월부터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중처법이 확대된 가운데, 확대 시행 전인 2023년 상반기에 사고사망자는 378명이었지만, 올 상반기는 384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중처법은 재해예방을 통한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 보호를 위한 법임에도 불구하고 중대 재해 발생 후 사업주 처벌을 위한 법으로 그 취지가 상당히 퇴색한 것이 현실”이라며 “단순하게 처벌을 완화하는 개정이 아닌 법 제정 취지에 맞는 근본적인 법률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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