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1월 발간한 '전기 2024 보고서(Electricity 2024 report)'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전 세계 전력 수요의 1~1.3%를 차지했다. 2026년엔 AI 데이터 센터 증설의 영향으로 비중이 1.5~3%까지 커질 전망이다.
전기를 많이 먹는다는 말은 곧 컴퓨팅 과정에서 열에너지가 발생한다는 것과 같다. 엔비디아가 올해 3월에 공개한 AI 반도체 블랙웰 B200의 경우 최대 소비 전력이 1킬로와트(㎾)에 달한다. 중대형 난방기기의 전력 소모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 만약 데이터센터 열관리에 실패한다면 AI 반도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반도체의 주원료는 실리콘인데, 실리콘은 150℃를 넘어가면 물리적 현상이 변해 반도체의 특성을 잃는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는 적정 온도인 20~25℃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냉방 시설을 구축해 온도를 제어해야 한다.
문제는 갈수록 AI 반도체가 고전력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B200의 전 제품인 H200의 경우 전력 소모량이 0.7㎾였다. B200 후속 제품의 경우에도 성능 향상에 따라 전력 소모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은 크게 공랭과 수랭이 있다. 공랭은 에어컨과 같이 공기로 열을 식히는 방식이며 수랭은 비전도성 유체에 데이터센터를 담가 식히는 방법이다.
국내에서 공랭 분야 선두 주자는 LG전자다. 특히 LG전자는 전력 관리까지 겸할 수 있는 고효율 칠러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칠러는 차갑게 식힌 물을 열교환기에 순환시켜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장치다. 윤활유 공급 장치 없이 모터를 돌리며 에너지 효율을 높인 '무급유 인버터 터보 칠러'나 전류가 급격히 상승하는 걸 막는 '인터버 스크롤 칠러' 등이 대표적이다.
수랭 방식은 설비 구축에 비용이 많이 들어 외면받았지만, 최근 들어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유체가 공기보다 열 전도성이 높아 열관리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수랭 솔루션 대표 주자는 SK이노베이션의 SK엔무브다. SK엔무브는 지난 2022년부터 국내 최초로 냉각 유체 개발에 들어갔으며 올해 안으로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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