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세계적 신용평가 회사 S&P 글로벌은 '화학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세계 에틸렌 공급량은 2억2400만t이었지만 수요는 1억7700만t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에틸렌은 플라스틱의 원재료로 석화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범용 제품이며 석화 시장의 척도로 쓰인다.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 상태지만 추가 증설 물량이 쌓여있다. 보고서는 올해 160만t 규모로 에틸렌 생산 설비가 증설되고 내년엔 670만t, 내후년엔 780만t이 추가될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대부분의 증설 물량은 중국과 중동 지역에서 나왔다.
국내 석화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강화하며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석화 업체 LG화학은 지난 4월 자동차 유리에 쓰이는 '투명도 조절 필름'을 공개했다. 평상시엔 불투명하지만 전압이 가해지면 투명해지는 특수 필름이다. 아직 관련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프리미엄 차량을 중심으로 설치가 늘어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일 고강성·난연성 특수 플라스틱을 발표했다. 유리 섬유로 내구성을 높여 1000℃ 이상에서 5~10분간 버틸 수 있다. 고온의 열이 발생하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 시 유용하게 쓰일 걸로 예상된다.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한 R&D 비용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분기 LG화학의 R&D 비용은 지난해 동기 대비 400억원가량 늘어난 2710억원이었다. 롯데케미칼은 50억원 늘어난 347억원을 사용했다. 영업 적자를 보는 와중에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해 R&D 비용을 줄이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 20일 석화업계와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선 R&D 비용 세제 규제 개선과 석화 산업단지 내 협력을 통한 비용 절감 등이 논의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좀 더 직접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제 혜택이나 원재료 관세 면제 등 여러 지원책이 나왔지만 고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R&D의 특성상 비용 부담을 상쇄하긴 역부족"이라며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R&D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보다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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