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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사 충실 의무' 상법 개정에 뿔 난 경제계, 대정부 건의서 제출

성상영 기자 2024-06-24 18:19:52

이사회 의결 때 '주주 이익 충실' 명시

중요 사안 결정할 때마다 '배임' 위험

"경영 활동 위축, 사법 리스크 커질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 등 이슈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국내 증권시장 주가 부양 정책인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의 하나로 이사의 충실 의무 강화 방안을 추진하자 경제계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제계는 정부안대로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가 '주주의 이익'으로 확대되면 일상적 경영 활동이 크게 위축될 뿐 아니라 사법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비롯한 8개 경제 단체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한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공동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이번 건의서에는 통상 '경제 6단체'로 불리는 곳들 이외에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까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정부의 상법 개정 방침이 현행 회사법 체계 근간을 흔들고 형법상 배임죄 적용이 남발할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법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소수 주주를 보호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은 이사회 구성원인 이사가 기업 물적분할 또는 합병 등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 회사의 이익에 더해 주주의 득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이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이사는 '충실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현행 상법에 이사는 회사와 의사결정 위임 계약을 맺은 사람으로서 회사의 대리인으로 정의된다. 경제 단체들은 충실 의무 범위에 주주가 포함되면 이러한 전제 자체가 부정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회사 이익과 주주 이익이 배치되는 개념인지, 같은 주주끼리라도 기업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주와 그렇지 못한 주주 간 이해가 엇갈릴 때에는 어느 쪽을 충실 의무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도 문제로 꼽힌다.

경제 단체들은 "기업이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신주나 전환사채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을 희석할 수 있는데 이를 일부 주주가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이라고 문제 삼으면 자금 조달 통로가 막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사회를 향한 무분별한 배임죄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경제계가 걱정하는 대목이다. 이사회가 특정 사안을 의결한 이후 회사 주가가 조금만 떨어져도 주주들이 이를 법정으로 끌고 가 이사들이 불필요한 소송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단체들은 "상법이 정부 계획대로 개정되면 공격 세력에 의해 악용될 여지가 크다"고 반발했다.

경제 단체들은 현행 제도만으로도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지금도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금지나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상법상 물적분할 반대 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같이 소수 주주를 보호하는 각종 장치가 마련돼 있다"면서 "법 체계를 훼손하면서까지 상법을 개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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