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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인터뷰] 강기훈 전 제일바이오 사장 "회사 정상화 생각 뿐"

안서희 기자 2024-06-17 18:34:24

강 전 사장 "부채 없는 튼튼한 기업, 경영 정상화 되면 업계 1위 되찾을 것"

제일바이오 공장 전경 [사진=제일바이오]

[이코노믹데일리] “경영권이 탐났다더라면 등기이사로 들어간 2021년도에 제일바이오 주식을 사 모았을 겁니다. 아내와 저는 회사를 정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강기훈 제일바이오 전 사장의 말이다. 그는 창업자 심광경 회장 장녀 심윤정 전 대표의 남편으로, ‘가족 간 경영권 분쟁’으로 세간에 알려진 제일바이오 사태의 핵심 증인이기도 하다. 그를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만났다.
 
그는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에서 “2021년 ‘회사가 이상하다, 정상화 시키는데 도와달라’는 아버님(심광경)의 요청을 받고 회사에 들어온 뒤, 장남(심승규 전 대표)과 차녀(심의정 전 사장)가 경영을 맡았던 시기에 회사 운영 내역을 확인하고 눈을 의심했다”며 “횡령과 배임이 일상처럼 이뤄졌고, 기업 범죄 수준이었다”고 강조했다.
 
◆회삿돈 빼돌리기…기업 비정상적 운영
 
강 전 사장은 먼저 경영 일선에 뛰어든 장남 심승규 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06년부터 10여 년간 제일바이오를 운영한 장남 심승규는 차명회사를 세워 회삿돈을 빼돌렸고, 2016년 사내이사 겸 사장으로 올라선 차녀 심의정 또한 장남과 비슷한 수법으로 이익을 빼돌려 회사를 기울게 만들어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굴러갔다고 설명했다.
 
강 전 사장에 따르면, 기업 상황이 불안하게 흘러가자 심 회장은 병원과 사업을 운영하던 장녀 부부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2021년 강 전 사장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등기이사로 선임돼 전무 직책을 맡았다.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강 전 사장은 악화된 내부 사정을 확인했고, 창업주의 요청대로 ‘환부’를 찾아내 도려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차녀 심의정 전 사장이 경영권을 행사했던 6년 간 직원들의 임금은 거의 그대로였고, 경영진은 밥값마저 아끼겠다고 공장직원들에게 구내식당에서 제공하던 것을 대체해 도시락을 제공하기도 했다"며 "재임 6년 간 총 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자신과 관련된 임원 연봉을 40억이나 챙겨가면서 개인 이익만을 쫓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강 전 사장은 먼저 직원들의 임금을 올렸고, 직원 복지에 신경을 쓰면서 회사 내부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다. 그러나 이 같은 개혁은 단 3개월 정도에 그쳤다. 대표를 지냈던 장남과 차녀 등이 이를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강 전 사장은 “직원들의 임금인상과 복지 처우 개선 노력을 두고 ‘사위가 회사를 자기 것으로 하려 한다’며 창업주 회장에게 거짓으로 고했고, 전무였던 나를 ‘비리’와 ‘경영악화’ 등의 이유로 해임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제가 근무했던 그 짧은 시간에 내역을 확인했을 때 당기순이익만 10억원 이었기에 경영악화가 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런데 회계감사시 제출한 장부에는 마이너스 20억이 찍혀있었다. 알고 보니 차녀 측에서 이전까지 있던 모든 회계상의 문제를 마치 제가 손실을 가져온 것처럼 꾸몄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경영권에 욕심이 없었기에 죄를 씌워 해임을 시킨 점에 크게 화가 나지 않았다. 다만 심의정 전 사장 등이 어떤 식으로 기업을 운영해 사욕을 취해왔는지 전모를 알게 된 이상 그를 다시 회사로 돌아오게 할 순 없었다. 그래서 둘째(심의정)가 회사로 복귀한다면 등기이사 자격으로 고소할테니 그 사람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합의하고 회사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차녀 경영 참여 막기 위해 회장 해임 조치 불가피…가슴 아픈 사연
 
제일바이오 경영권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오른 2023년, 차녀 심의정 전 사장은 회사 경영권 복귀를 강행했다. 이에 심윤정 부부는 심 회장에게 저지를 부탁했지만, 오히려 차녀의 편에 서서 거들었다. 회사를 위해 어떡해든 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부부는 가슴 아프지만 창업주인 심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부부가 제기했던 고소는 총 5건이었지만, 제일바이오 법인 명의로 진행된 고소였기 때문에 이후 경영권을 잡은 측에서 법인 발 고소를 취하하는 바람에 현재는 2건만 진행 중이다.
 
강 전 사장은 “차녀 심의정의 회사 복귀를 막기 위해 회장님을 해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어느새 ‘폐륜자’와 ‘경영권 분쟁 시발점’라는 프레임이 붙었다”고 말했다.
 
당시 강 전 사장의 검찰 고소 이후 수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며, 현재 주식거래 중지 상태인 제일바이오는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수순을 밟아야 할지도 모른다.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제일바이오의 회계법인이 기업 평가를 못 하고 있어 주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강 전 대표는 “검찰은 6월 초에 불러 다시 조사하기로 했지만, 아직 묵묵부답이다. 검찰 결과가 없으니 제일바이오 회계법인 측에서도 내용을 안 준다. 이렇게 되면 제일바이오는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강 전 사장은 기업의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제일바이오는 40년 간 부채가 없고 보유 현금도 많으며, 지금도 수익을 올리는 튼튼한 기업"이라며 "기업 경영이 안정 되고, 다시 회사가 정상화 기반을 갖춘다면 이전처럼 동물의약품 업계 1위의 명성을 분명히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부부가 경영에 복귀하려고 나설 일은 없을 것”이라며 회사 정상화를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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