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경력이 전무한 서 대표가 수장에 오른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조직 상위 기관인 농협중앙회 낙하산 인사 파장인 셈이다. 서 대표 뿐만 아니라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비(非)보험 비전문가로 메우자 경영 방향타를 잃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6일 농협금융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협손보 당기순이익은 598억원으로 전년 동기(789억원) 대비 24.3% 급감했다. 농협손보 측은 금리 상승으로 보유 금융자산(FVPL) 평가손익 감소 탓에 역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농협손보의 FVPL 규모는 지난해 1분기 469억원에서 올해 1분기 206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FVPL은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화가 순익에 곧장 반영되는 특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금융그룹 1분기 실적은 홍콩ELS 배상 비용이 갈랐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건실한 보험 계열사를 갖춘 KB, 신한, 하나금융 등은 계열 보험사의 톡톡한 효자 노릇에 힘입어 실적 방어에 성공했지만 농협금융만은 뒷걸음질 친 모양새다.
더욱 문제는 향후 농협손보 실적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서 대표와 대다수 이사진이 보험 경력이 없는 인사로 구성돼 현재 처한 경영 리스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배구조상 '중앙회(지분 100% 보유)→농협금융(지분 100% 보유)→각 계열사' 순이다 보니 전문성과 무관한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농협금융 정관은 이사회 구성원 역할로 '기업의 방향성과 건전한 운영 책임'을 명시한다. 회사의 업무 집행과 관련한 전략적인 방향을 결정하고 경영상 발생하는 위험 요인들을 식별해 적절히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춰야 하므로 업계 관련 경력은 당연한 조건이다.
하지만 취임 6개월을 맞는 서 대표부터 보험 본업에 관한 경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 대표는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 안양시 지부장,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대체투자부 부장, 농협중앙회 상호금융기획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비상임이사들은 지역농협 조합장 출신이다. 최종철 비상임이사는 전곡농협 조합장을, 정종학 비상임이사는 울릉농협 조합장을 맡고 있다. 그중 최 이사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 소속이다.
대개 리스크관리 자리에는 재무·금융 전문가들을 선임해 대응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보험 및 금융 전문성 두 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외이사 역시 보험업 경력이 없거나 미흡한 것은 마찬가지다. 김두우 사외이사는 언론인 출신으로 청와대 기획관리실장과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다른 한 명인 강선민 사외이사만 한국납세자연합회 운영이사, 한국회계학회 재무이사 등 경력이 있다.
이런 인적 구성으로는 이사회 역할이 기대 이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금융당국마저 지난해 농협을 상대로 보험업 경력을 고려해 이사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농협손보 측은 "이사 선임은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회사, 주주 및 금융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이익에 부합하는 자로 추천받아 진행되고 있다"는 원론적 해명만 내놨다.
그러면서 "사외이사 구성의 경우 농협 설립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고, 농축협 채널 판매 비중이 큰 당사의 특징상 농축협의 이해도가 깊은 조합장 출신의 비상임이사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사외이사 구성에서 보험 경력도 고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