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백복인 사장의 바통을 이을 KT&G 차기 사장 후보로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낙점됐다. 내부인사로서 KT&G 중장기 전략의 이해도가 높고 해외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냈다는 점이 높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KT&G가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줄곧 내부 출신이 사장을 맡아 ‘내부 세습’을 자행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방 부사장이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를 통과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행동주의 펀드가 주총서 반발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인 없는 회사의 불투명한 경영관행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지난 22일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자로 선정했다. KT&G 사장이 바뀌는 건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사추위는 △경영전문성 △글로벌 전문성 △전략적 사고 능력 △이해관계자 소통능력 △보편적 윤리의식 등 5대 요구 역량을 검증하고 논의한 결과 방 후보가 차기 사장으로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 후보는 지난 1998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공채로 입사한 후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업부문장 등 회사의 핵심 분야를 거쳤다. 현재는 KT&G의 3대 핵심사업(NGP·건강기능식품·글로벌CC)의 중장기 성장전략 수립과 신(新) 주주환원정책 추진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총괄부문장으로서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실장 재임 시 출시한 ‘에쎄 체인지’는 현재 국내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로 국내시장 점유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본부장 재임 당시에는 해외시장별 맞춤형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진출 국가 수를 40여개 국가에서 100여개 국가로 확대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 선봉장 역할을 했다.
업계에선 방 후보가 사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KT&G 지분을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의 반발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FCP는 KT&G 지분 6.31%를 보유한 3대 주주 국민연금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의결권 활용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FCP는 KT&G의 전·현직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FCP는 이들이 자신들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소액주주들에게 1조원 가까운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KT&G 사장 절차와 민영화 이후에도 줄 곳 내부 출신이 임명되고 있다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른바 ‘내부에서 사장직을 독식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외부 인사를 수장으로 앉힐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만약 방 후보가 주총 벽을 넘어서도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있다. 당면 과제는 해외사업 확대와 수익성 회복이다.
KT&G의 지난해 매출액은 5조8724억원으로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지만 정작 수익성은 떨어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167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 줄었다.
KT&G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4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정부의 담배산업 규제 강화 등으로 KT&G를 지탱하던 국내 궐련사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어서다.
국내 흡연 인구 감소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해외 궐련 매출 제고를 위해 기존 주력 시장인 중동과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을 기반으로 시장 잠재력이 높은 중남미와 아프리카 권역 등 신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다.
NGP(전자담배) 매출 성장세도 끌어올려야 한다. 국내외 NGP 매출은 2020년 2793억원에서 2022년 876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50%인 비궐련사업(NGP·건기식) 매출 비중을 2027년까지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방 후보는 “회사가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 놓여 있는 가운데 후보로 선정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더욱 진취적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미래 성장기회를 선점해 KT&G가 글로벌 탑 티어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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