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지난해 매출 2조7916억원, 영업손실 18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022년) 대비 영업손실이 43.9% 개선됐으나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2억원을 내며 13분기 적자 행진을 끊었던 베트남 법인도 4분기에 다시 적자 전환했다.
적자의 원인으로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주력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소재 수요 부진이 뽑힌다. 지난해 중국의 PP 증설 물량은 약 655만톤(t)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2년 국내 전체 PP 생산 능력(약 633만t)과 맞먹는다. 중국이 석유화학 공급 과잉을 부추기는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불경기로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었다.
효성화학 실적을 악화시킨 주범으론 베트남 공장이 지목된다. 효성화학은 석유화학 산업 호황기인 2018년 베트남 법인을 세우고 1조7000억원을 투자해 PP 공장을 지었다.
베트남 공장은 2021년 완공된 이후 설비 결함과 정비 보수로 2년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며 적자에 일조했다. 지난해 3분기 들어 가동률이 100%가 되며 정상 궤도에 올라왔지만 그에 따른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효성화학 베트남 공장은 4분기에 1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당시 시장을 너무 낙관적으로 판단하고 투자를 결정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원자재 가격 정보 사이트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PP 가격은 2018년 t당 1만422 위안(약 192만1400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타 15일 현재 t당 7380 위안(136만576원)에 거래 중이다. 고점 대비 30.2% 하락한 수치다.
한편 효성화학의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부채 비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3895%에 달했다. 과거 최고점인 9990%나 지난해 1분기 7595%과 비교하면 절반가량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효성화학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그룹 지주회사인 ㈜효성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 자금을 수혈받기도 했다.
그룹 차원에서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실적 개선이 늦춰지면 신용도 하락이 예상된다. 이미 한국신용평가를 비롯한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춘 데 이어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효성화학 측은 지난 2일 "베트남 공장 건설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며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은 맞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설비 투자가 본격화되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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