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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한민국 초격차] "죽 쒀서 中 주는 꼴" 어렵게 개발한 기술, 유출 막는 게 먼저

고은서 기자 2024-01-02 06:00:00

삼성·LG 등 '산업스파이'에 속수무책

해외에 비해 양형기준 지나치게 낮아

정부·국수본 주도 대응책 마련 '총력'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경[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산업계가 기술 유출에 몸살이다. 기술을 해외에 팔아넘기거나 특허가 침해당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수십년간 피땀 흘려 이룬 초격차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 기술을 가장 많이 노리는 국가는 중국으로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심해지며 그 정도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초격차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기술 유출부터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올해 경찰에 적발된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은 최근 10년 내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총 21건으로 지난해(12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출 국가는 중국이 14건으로 절반 이상 차지했다.

중국 측이 국내 기술 탈취하는 수법은 이렇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제안하며 국내 기업 연구 인력을 빼가거나, 거액의 보상금과 첨단 기술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식이다. 주로 노리는 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한·중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 포진했다.

최근에는 16나노미터(㎚·1㎚=10억분의1m)급 D램 기술을 유출한 전 삼성전자 직원이 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삼성전자를 퇴사한 후 중국의 신생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로 이직했다. 그는 대가로 수백억원의 리베이트와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삼성전자 전직 간부가 반도체 공장 설계도를 빼돌려 '삼성전자 복제공장' 설립을 시도한 사건에 이어 벌써 올해만 두 번째다.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도 표적이다. 지난 2021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계도 등 기밀 자료를 중국에 팔아넘긴 LG디스플레이 직원이 검거되는가 하면, 올해 10월에는 전직 삼성디스플레이 수석연구원이 OLED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중국 기업이 직접 연루된 사례도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을 탈취해 OLED 패널·모듈 기술과 관련된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산업 매국' 행위를 막을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명시된 최고 형량은 국내 10년, 국외 15년이지만 법원에서는 기술 유출 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을 내린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1월까지 기술 유출 관련 범죄로 1심에서 365명이 징역형을 받았는데 그 중 실형은 73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집행유예였다.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 중 보석으로 풀려난 사람도 많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기술 유출에 대한 국내 양형 기준은 극히 낮다. 미국과 대만은 산업 기술 유출 범죄를 간첩죄로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피해액이 5억5000만 달러(약 7200억원)를 넘으면 33년 9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고 대만은 12년 이하 징역과 1억 대만달러(42억원) 이하 벌금이 병과된다.

과거 한국도 후발 산업 국가로서 선진국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위해 '카피캣(Copycat·모방자)' 전략을 썼지만, 앞선 기업 제품을 분해해 기술을 흉내내거나 기술자를 해외에 파견해 연수를 받게 하는 수준이었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대통령실은 지난달 국가정보원, 법무부, 검찰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기술 유출 합동 대응단'을 출범시켰다. 당장 법정 형량을 늘릴 수는 없더라도 처벌 수위를 높이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첨단 기술이 주된 타깃인 만큼 피해액도 어마어마해 지금까지 유출된 기밀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25조원대에 육박한다"며 "내년에는 대응단을 통해 국가 핵심 기술 등 산업 기술 유출 수사 역량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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