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M&A 시장에 등판한 보험사 매물은 △ABL생명 △KDB생명 △MG손해보험 등이다. 아울러 롯데손해보험도 지난 10월부터 매각 본격화에 나섰다. 최근 6년 만에 한국인으로 최고경영자(CEO)가 바뀌게 된 동양생명도 잠재 매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온 시점에 매각이 된 회사는 한 군데도 없다. 지난 7월 매물로 나온 ABL생명은 인수 검토 중이던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BNK금융그룹이 매각을 철회하면서 무산됐다.
2014년부터 매각 시도를 해온 KDB생명은 결국 다섯 번째 시도까지 실패했다. 지난 7월 하나금융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까지 선정돼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투입과 역마진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발을 뺐다. MG손해보험은 올해 1월과 10월 예비입찰을 진행했지만 유찰됐다.
또 롯데손보와 동양생명은 몸값 부담이 따른다. 롯데손보의 매각가는 2조7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추정되는데 보험계약마진(CSM)과 순자산을 더해 책정되는 금액이다. 이는 현 시가총액(7300억원)을 고려했을 때 약 4배 높은 수준이다.
자산 규모가 32조원인 동양생명의 매각가도 1조2000억~1조6000억원으로 높게 예상된다. 최근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곧 한국 시장 철수에 나설 것으로 전해지면서 같은 그룹 산하 계열사인 ABL생명 매각을 마무리한 후 동양생명도 내년 초부터 본격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점쳐지는 분위기다.
앞서 보험업계는 올해 보험사 매물이 많이 등장하면서 M&A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융그룹들이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순탄하게 새 주인을 찾아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반면 예상과 다르게 큰 수확이 없자 금융권에서는 보험사들의 실적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가치가 인수 후보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거액을 지불하고 인수에 돌입하기엔 매물 보험사들의 브랜드 가치가 낮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 인수하더라도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두기엔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초 보험사들은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일 정도로 높은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IFRS17 도입에 따른 일시적인 착시 효과라는 비판과 더불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지난 3분기부터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실제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9월 영국에서 진행된 투자자 행사에서 "회계제도 변경으로 증가한 이익을 곧바로 인정하기 어렵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우선 연내 보험사 매각 성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첫해다 보니 (보험사들의)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수익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특히 업황 악화와 고금리 지속으로 당장 M&A 시장 회복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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