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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어긋난 테니스 사랑"…저우궈단 배임 혐의, 동양생명 매각 걸림돌

지다혜 기자 2023-11-23 05:00:00

M&A 알짜 매물에서 당국 '조사대상'으로 전락

금감원 "내부 검토"…사측 매각 언급 신중모드

서울 종로구 소재 동양생명 전경 [사진=지다혜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중국 계열 동양생명이 보험시장 인수·합병(M&A) 알짜 매물로 부상했지만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터지면서 매각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 호실적을 기록한 동양생명에 눈독을 들인 복수의 금융그룹도 사실상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당사 리스크 진단에 나선 금융당국의 강경 기조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생명보험권 불황 속에서 올해 3분기 2175억원 누적 당기순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신장해 역성장을 보인 타사와 대조를 이뤘다. 

이는 곧 주요 금융그룹이 동양생명을 주시하는 이유로, 최근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가 무산된 데다 동양생명과 함께 중국 다자보험그룹 소속 ABL생명 매각 절차도 부진해 어느 때보다 동양생명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다자보험은 중국 정부가 2019년 설립한 공기업으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다. 중국 정부는 다자보험의 민영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매물로 나온 ABL생명뿐 아니라 동양생명까지 매각한 뒤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게 다자보험 측 복안으로, 동양생명의 경우 내년 초부터 본격 매각 절차를 밟을 공산이 커졌다.

이처럼 분위기가 좋았던 동양생명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내부자로 지목된다. 서울지역 한 테니스장 운영권 취득 과정에서 불거진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의 배임 혐의가 대표적이다. 각종 사업비를 둘러싼 불합리한 운용 논란 등도 내홍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실시한 현장검사 결과 동양생명은 스포츠시설 운영업체인 필드홀딩스를 앞세워 서울 중구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부적절하게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해당 회사에 광고비 등을 몰아주는 형식으로 사실상 낙찰금액 등을 보전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직전 장충테니스장 운영권 낙찰가는 3억7000만원에 불과했지만 필드홀딩스는 26억6000만원에 낙찰을 받았다.

동양생명은 기본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3년간 27억원(연간 9억원)을 보전하는 한편, 광고대행수수료 명목으로 인건비와 관리비 1억6000만원도 지급했다.

장충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공고를 보면 최근 5년 이내 테니스장 운영 실적이 있는 자만 입찰이 가능한데 동양생명은 운영자 자격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실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동양생명 임원 해외출장 경비가 증빙 없이 지급된 점, 근거 없는 업무추진비 인상 등도 지적 사항으로 명시됐다.

금감원은 이런 위규 행위에 대해 관련 검사·제재규정에 따라 조치하고 내부 심사를 거쳐 필요시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국이 허가해야만 인수·합병 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수사기관 통보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사기관 통보 관련 등) 내부 검토 및 해당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구체적 사안에 언급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더욱이 동양생명 노조를 중심으로 저우궈단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마저 높아지고 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동양생명은 매력도가 높은 매물임에도 CEO 리스크가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며 "불거진 여러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매각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일갈했다.

노조 측은 저우궈단 대표가 금감원과의 견해 차를 되풀이 하면서 적극적인 해명을 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선미 동양생명 노동조합 지부장은 "저우궈단 대표가 독대 자리에서 더 이상 한국과 동양생명에 있고 싶은 마음도 없고 내년 2월 말에 그만둘 생각이라고 했다"며 "그 전이라도 대표이사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이사회 또는 그룹회장이 사퇴하라는 승인을 받아오면 고맙겠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룹 회장과 논의하기 위해 중국으로 출장을 떠난다고 갑자기 알려놓고는 돌아와서 결과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이는 동양생명 임직원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했다.

저우궈단 대표는 지난 7일 중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상태로, 동양생명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매물로 내놓겠다 밝힌 적이 없고 말 그대로 잠재 매물이기 때문에 (매각 언급이) 조심스럽다"며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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