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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기자수첩] 판치는 보험사기, 부추기는 내부의 敵

지다혜 기자 2023-11-30 05:00:00

설계사·병원 공모…사기 구조 고도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 진전 無

금융증권부 지다혜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금융당국이 최근 보험업계에도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보험설계사 등 내부 직원이 횡령 등 금융사고를 일으키거나 환자 진료기록을 조작해 보험금을 꿀떡하는 사기 행각이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사실상 적(敵)은 내부에 있었던 셈이다.

보험사가 금융감독원에 2018년부터 지난 상반기까지 보고한 금융사고는 총 487억원으로 80건이 발생했다. 매년 평균 14.5건, 88억5000만원 규모의 사고가 난 것이다. 내부 직원이 보험료와 보험계약대출금을 횡령하고 유용하는 일이 빈번했다.

보험사기도 마찬가지다. 설상가상으로 보험 관련 지식에 해박한 설계사와 병원이 계획적으로 공모해 소비자가 유혹에 빠지기 쉬운 구조로 고도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1조818억원으로 전년(9434억원) 대비 14.7% 증가했다. 그중 사고 내용 조작이 전체 유형 중 61.8%를 차지하며 과반수를 넘었다.

사기 행태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동안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했고 이 와중에 개정안은 국회에 잠들어 있다. 앞서 이 법안은 솜방망이 처벌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고 처벌 기준이 명시됐지만, 실제 처벌 수위는 소액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보험업 관련 종사자의 사기행위를 가중 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직접 가담한 병의원과 보험대리점 등의 명단을 공개하고 보험사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을 경우 민사소송 없이도 부당 편취한 보험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사기를 막고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줄 대표적인 민생 법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7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여야 정쟁으로 다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생 챙기기 경쟁이 뜨겁다는데 정작 민생 법안은 여야 간 정치 이슈로 차일피일(此日彼日) 미뤄지는 실정에 의문이 드는 순간이다.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결국 선량한 소비자의 피해를 부르고 더 나아가 보험사의 재정까지 흔들 수 있는 만큼 내부의 적을 걸러낼 촘촘한 처벌 체계가 하루빨리 구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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