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끊이질 않는 보험사기 범죄를 사전 방지할 적발 장치가 사실상 마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업 구조를 잘 아는 설계사들 사기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져 당국 차원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은 올해 들어 이달 16일까지 84건 보험사기를 적발, 작년 같은 기간(13건) 대비 급증세를 기록 중이다. 보험사기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상품 중복 가입이나 해약 반복 등 행위가 벌어졌을 때 미리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한 점이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고객과 밀접해 있고 보험업 구조에 숙달된 설계사가 사기 행각을 벌일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 안에서 (설계사들에게) 꾸준히 교육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 내부적으로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보완점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험사기 관련 범죄가 늘수록 보험금 누수가 많아지고 결국 손해율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선량한 소비자까지 피해를 본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일각에서는 보험사기를 벌이더라도 대체로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쓴소리가 제기된다.
일반 사기죄에 비해 보험사기죄에 대한 벌금형 및 기소유예 비중이 훨씬 높은 편인데, 보험연구원은 최근 대검찰청 범죄 분석 통계를 기반으로 보험사기죄 관련 기소 사례 중 정식 재판 없이 벌금형으로 종결된 경우가 10건 중 5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2년 전 기준으로 해당 비율은 51.6%에 달한다. 이에 비해 일반 사기죄는 같은 해 벌금형 비중이 30.0%에 그쳤다.
보험사기죄는 불기소되는 경우도 기소유예 비중이 2021년 86.4%로 집계됐다. 일반 사기죄의 기소유예 비중(52.4%)과 비교했을 때 훨씬 높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기죄는 특정 피해자(보험사)의 손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선량한 계약자(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보험사기죄에 대한 별도의 양형기준을 정립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험사기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상품마다 보상 지급액 한도를 정해놓고 그 이상 가입이 안 되도록 한다거나 병원 진료 코드가 불일치해 적발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단기간에 상품을 많이 가입한다는 이유로 (보험사기라고) 잡는 것은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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