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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삼성·현대차도 물렸다…'금산분리 완화' 띄우는 재계

성상영 기자 2023-10-18 18:32:52

지주회사 제도 도입 20년, 논쟁 이어져

경직된 규제에 기업 지배구조 개편 발목

"은행 아닌 카드·보험 등 소유 허용해야"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본사[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재계가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장벽으로 지목돼 온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산분리는 비금융 지주사가 금융사를 계열사로 소유할 수 없게 한 규제로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 시대가 다가온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1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 개선 건의서'를 발표했다. 정부가 지주회사 규제 개선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가운데 1순위 과제로 금산분리 완화를 꺼내든 것이다.

대한상의는 "지주회사 제도가 도입 20여년이 지나면서 우리 기업의 대표적인 소유 지배구조로 자리 잡았다"며 "낡고 과도한 금산분리 규제가 지주사 체제 기업의 첨단 전략산업 투자와 신사업 진출 기회를 가로막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주사는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기업이 다수 계열사를 수직으로 보유하는 형태다. 지주사→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구조가 가장 단순한 예다. 지주사 설립은 1986년 경제력 집중 우려로 전면 금지됐다가 1999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허용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기업의 복잡한 지분 관계가 연쇄 도산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81개로 이 가운데 절반 수준인 39개가 지주사 체제를 채택했다. 그룹이 사실상 공중분해 상태인 금호아시아나그룹(옛 금호그룹)을 빼면 재계 서열 상위권 기업 중에는 LG가 2003년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빨랐다. SK도 2003년 '소버린 사태'를 겪은 뒤 지주사 출범에 속도를 내 작업을 마쳤다. 롯데도 롯데카드를 매각한 끝에 지주사로 개편됐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못한 기업집단으로는 재계 서열 1·3위인 삼성·현대차가 대표적이다. 두 곳 모두 그룹 전체 매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 금융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재계가 제시한 금산분리 완화의 새로운 명분은 '산업 간 경계 약화'지만 핵심은 지배구조 개편이다. 

삼성은 삼성전자·바이오로직스·생명 지분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삼성물산이 사실상 지주사에 가깝지만 요건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했다.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인정되는 순간 금산분리 규제를 적용받게 되고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을 비롯해 삼성화재·카드·증권 등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한 차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정의선 회장 2020년 10월 취임하며 다시 한 번 순환출자 해소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곧 잠잠해졌다.

한화그룹은 ㈜한화를 정점으로 모든 계열사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한화는 한화그룹의 지주사가 아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계열사 지배가 목적인 회사(지배회사)가 소유한 자회사의 주식 가격을 모두 합쳤을 때, 지배회사 자산총액의 절반(50%)이 넘어야 지주사로 인정되는데 ㈜한화는 이 비율을 50% 아래로 맞췄다. 한화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도 지주사 전환을 적극 권장하며 기업을 압박하고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인 금산분리 완화는 시도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미 상당수 대기업이 금융·비금융 계열사를 함께 두며 금산분리가 아닌 '은산분리(산업 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에 가까워졌는데도 과도기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은 금산분리 규제가 없고 미국은 은행 소유만 금지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모든 금융업 소유를 금지해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행 같이 수신 기능 금융업은 금산분리 규제를 유지하되 보험·카드·증권 같은 여신 기능 금융업이나 집합투자업은 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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