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11일 성명을 통해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글로벌 톱10 항공사 탄생을 주장했지만 실상은 국민 자산인 운수권을 국외로 넘기는 결과만 낳았다"고 기업 결합을 규탄했다. 이어 "화물사업 매각, 항공기와 조종사의 타 항공사 이관이란 무리한 해법으로 반쪽짜리 합병이 돼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한항공은 영국과 중국 규제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 합병 조건으로 영국 히드로 공항 슬롯 17개 가운데 7개를, 중국에는 보유 슬롯 9개를 각각 넘겼다.
이어 최근 제기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협회는 "기존 사업을 외국에 팔아가며 무리한 합병을 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합병인지 모르겠다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탄식이 이해된다"며 "사실상 공중분해 되는 과정이어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이달 말까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에는 '화물사업'과 '일부 유럽 노선(인천발 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을 매각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EC는 두 가지 항목을 경쟁 제한 요소로 지적한 바 있다.
화물사업의 독과점을 지적한 이유한 데는 압도적인 점유율에 있다. 실제 전체 화물기 시장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은 68%에 달한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제 화물기 총 운송량은 95만9352톤(t)으로 이중 양사의 합계는 65만5383t이다. 국적사 기준으로는 95%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보인다.
또 화물사업 뿐만 아니라 조종사와 항공기 등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등에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에 대한 위기감 역시 업계 안팎으로 번지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조종사를 파견한다는 것인지 소속 회사가 바뀌는 것인지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해당 기종의 조종사들은 타의에 의해 소속 회사가 변경될 가능성에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심사는 경쟁 관계인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당국의 심사만을 남겨뒀다. 세 곳 중 하나라도 승인하지 않을 경우 합병은 무산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0월 말까지 EU에 시정조치안을 확정해 제출할 계획"이라며 "협의 중인 내용은 경쟁당국의 지침상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을 검토한 후 기업 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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