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중국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자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시름이 깊어졌다. 소비 시장과 밀접한 전자·자동차·유통 업종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이후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간재를 공급하는 철강·석유화학 기업도 본격적으로 중국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직면한 가운데 포스코와 현대제철, SK이노베이션과 롯데케미칼 등 철강·석유화학 기업은 사업 포트폴리오 수정 또는 공동 출자 지분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중국 베이징과 충칭에서 운영하는 법인을 매각한다. 베이징과 충칭 법인은 현대자동차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기 위해 각각 2002년과 2015년 설립됐으나 사드 보복 여파로 현대차 판매량이 급감하며 매출 감소가 이어졌다. 비구이위안 사태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2020년 중국 당국의 부동산 규제 강화와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소비 감소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졌다.
중국 부동산 위기로 직접적인 충격을 받은 곳은 포스코다. 포스코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주택 건설이 줄어들자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현지 철강 제품 판매량이 감소한 탓도 있지만 수요처를 잃어버린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해외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1조326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2조1000억원)보다 40% 가까이 뒷걸음질쳤다.
포스코는 성장세를 유지하는 전기차용 강판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건설용 철강재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포스코는 지난 5월 준공한 포스코 차이나 쑤저우 처리센터(CSPC)에서 기가스틸(초고강도강)을 생산해 전기차 제조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기가스틸은 가격을 앞세우는 중국산 철강재와 비교해 품질 경쟁력으로 승부가 가능한 분야로 꼽힌다. 또한 부동산 위기 여파를 덜 받는 영역이기도 하다.
석유화학 기업 중에는 롯데케미칼이 탈(脫)중국에 앞장선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중국 삼강화공유한공사와 합작한 롯데삼강케미칼 지분 전량을 삼강화공 측에 양도했다. 처음 설립 당시 지분 비율은 50대 50이었으나 몇 년째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투자금을 거둬들이기로 했다. 롯데삼강케미칼의 영업손실은 2021년 138억원, 2022년 375억원이다.
롯데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사에게 중국은 중요한 수출국이었으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중국은 범용 플라스틱 소재인 에틸렌 생산량을 2018년 2600만톤(t) 수준에서 2021년에는 3700만t으로 늘리며 자급에 나섰다. 한국의 전체 석유화학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51.5%에서 지난해 38.1%로 급감했다. 게다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미미해 공급 과잉이 지속하고 있다.
그나마 SK이노베이션이 중국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중국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과 합작한 중한석화를 운영 중인데 최근 고부가 신소재인 에틸렌 아크릴산(EAA)으로 눈을 돌렸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 6월 장쑤성 롄윈강시에 EAA 글로벌 3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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