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재무제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앞서 보험 업계에는 올해부터 보험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회계 기준인 IFRS17이 도입됐다. IFRS17은 회계 기준이 자유로운 특성이 있는데 일부 보험사가 이를 이용해 보험계약마진(CSM) 등을 과대 산출하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새로 공개된 가이드라인에는 △실손의료보험 △무·저해지 보험 △고금리 상품 해약율 △CSM 상각 기준 △RA(위험조정) 상각 기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보험사들이 편향되지 않은 가정으로 부채를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먼저 실손의료보험의 계리적 가정 산출 기준이 제시됐다. 각 사의 경험 통계 등 객관적인 지표를 최대한 활용해 보험료 산출 방식도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실손보험 갱신 시 보험료가 과거 경험 통계보다 크게 인상되는 것으로 가정할 경우 손실 계약이 이익 계약으로 전환돼 CSM이 크게 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추정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됐다.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계약자가 해지할 때 받을 수 있는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인데 예상보다 해지율을 높게 가정할 경우 그만큼 CSM가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당국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을 표준형 보험보다 낮게 적용하고 상품 구조에 따른 계약자 행동 가정을 합리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이 밖에 계약자 해지율이 낮은 고금리 상품 계약에 대해서도 일반 계약과 다르게 구분해 해지율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CSM 상각 시 보험 계약 서비스에 투자 서비스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 보험부채 내 위험조정(RA)을 상각하기 위해선 기시 시점과 기말 시점의 기초 자료를 동일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에 대해 "재무제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계리적 가정에 대한 불합리한 요소를 최소화함으로써 새 제도 시행 초기의 혼란을 방지하고 재무제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가이드라인이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후 최종안을 확정하고, 빠르면 이달 결산부터 적용케 할 예정이다.
한편 보험 업계 일각에서는 새 가이드라인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IFRS17 도입과 시장 금리 하락이 맞물려 보험사의 재무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가이드라인까지 생기자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채가 시가 평가되는 IFRS17 특성상 부채 관리에 대한 걱정이 늘 수밖에 없다. 예컨대 보험 계약 시점보다 시장 금리가 하락할 경우 부채 할인율도 낮아지기 때문에 그 차액만큼 추가 적립을 해야 하는 식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손익 구조에서 이익이 줄고 부채가 늘면 자금 확보를 위해 영업을 더 공격적으로 하게 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소비자를 대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 기준을 따로 정하기보단 차라리 회계 처리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게끔 하고, 채권 증가에 대한 관리와 해결 방안을 강화하는 게 우선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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