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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완연한 봄, 붐비는 명동…골목상권 회복은 아직

김아령 기자 2023-05-30 06:00:00

서울 명동 거리에서 캐리어를 든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DB]


[이코노믹데일리] 서울 명동 상권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며 극심한 침체를 겪었지만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이후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을 중심으로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상권이 회복되면서 명동 주변 호텔들도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으며, 백화점들도 외국인 매출이 크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명동의 주요 거리를 벗어난 골목 상권은 ‘임대 문의’ 스티커가 붙은 빈 가게들이 즐비했다. 아직 가게 임대료를 감당할 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봤을 때 공실률은 줄었지만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주말엔 거의 만실”…‘관광 1번지’ 자존심 되찾은 명동 호텔들
 
명동 시내 주요 호텔들은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주중임에도 객실을 채우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뿐 아니라 외국인 비즈니스 수요까지 확대하면서 일부 호텔은 올해 1분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29일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지난 3∼4월 명동관광정보센터 이용객은 492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4252명으로 86%를 차지했다.
 
명동으로 향하는 유동 인구도 크게 증가했다. 서울시가 공개한 역별 승하차 인원 정보에 따르면 지난 4월 명동역 승하차객은 195만243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며 명동 주변 호텔들도 생기가 도는 모습이다. 주요 호텔의 평균 객실 점유율은 80∼90%를 기록하고 있고, 외국인 투숙객도 10명 중 9명꼴로 높아졌다.
 
L7 명동, 롯데시티호텔 명동의 4월 평균 객실 점유율도 90%를 넘겼다. L7 명동과 롯데시티호텔 명동의 외국인 투숙객 비율은 각각 95%, 90% 수준이다. 같은 기간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명동은 평균 객실 점유율과 외국인 투숙객 비율 모두 90%를 기록했다.
 
파르나스호텔이 운영하는 나인트리 호텔 명동과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명동Ⅱ는 4월 평균 90% 이상의 객실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해 1∼4월 기준 두 호텔의 평균 외국인 투숙객 비율은 80%로,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호텔 관계자는 “외국인 투숙객 비율은 작년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보이다 올해 초 본격적으로 증가했다”며 “해외 관광객과 비즈니스 고객 비율이 현저히 높고 미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방문객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늘어난 외국인 수요에 호텔 뿐 아니라 백화점도 덩달아 웃고 있다. 명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 1~4월 외국인 매출이 각각 13배, 9배 늘었다. 개별 관광객 면세점 소비도 느는 추세다. 올해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일본인 고객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약 79% 신장했다.
 
불어나는 외국인 수요를 잡기 위한 유통가 대응도 분주하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6월 4일까지 본점 지하 1층에서 ‘국립박물관 굿즈’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약 100여개 품목, 약 200여종의 박물관 굿즈 상품을 선보인다.
 
신세계면세점은 명동상인협의회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명동 스탬프 투어’ 이벤트를 오는 7월 말까지 진행한다. 명동 내 음식점·카페·미용실 등 23개 업체 중 3곳을 방문하고 찍은 스탬프 수에 따라 선물을 주는 이벤트다. 스탬프 투어 시작 이후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방문한 개별 외국인 관광객 수는 작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지난 2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가에 임대 스티커가 붙어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DB]


◆ 코로나 끝나가는데…찬바람 부는 ‘골목상권’

북새통을 이루는 명동 주요 거리와는 달리 ‘골목상권’이 다소 썰렁한 모습인 것은 과거 ‘큰 손’으로 인식됐던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여행길이 여전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내외적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 
 
명동 상권의 공실률은 지난해에 비해 개선된 상태지만 아직 서울 도심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1분기 명동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42.1%에서 올해 1분기 21.5%로 낮아졌다.
 
그러나 현재 서울 도심의 소규모상가 평균 공실률은 7%대로, 아직 타 상권에 비해 3배 이상 공실이 많다. 여전히 높은 금리와 상권 회복으로 급등한 임대료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분기 1㎡당 임대료가 13만7900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는 13만8100원으로 소폭 올랐다. 58㎡ 전용면적으로 환산했을 때 월세가 801만원이다. 서울시가 주요 상권 1만2500개 1층 점포를 대상으로 월평균 임대료를 조사한 결과 명동이 가장 높았다. 

상인들은 여전히 중국인 관광객 없이 매출 회복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명동의 한 노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이제 좀 먹고살 만해진 것이지 중국인 관광객이 안 오면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매출은 불가능하다”며 “중국인 관광객 없이는 공실들이 마저 채워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171만4252명의 방한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은 14만4220명으로 8.4%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중 중국인이 전체 관광객의 34.4%(602만3021명)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던 것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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