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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일찌감치 '이글이글' 폭염 비상…절전+친환경 에어컨 쏟아진다

박경아 기자 2023-05-18 06:00:00

에어컨 냉매 가스가 '오존층 파괴 주범'은 옛말… '탄소배출 제로' 목표로 진화 중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삼성스토어 대치점에서 무풍에어컨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코노믹데일리] 폭염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낮 기온이 무려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다더니 우리나라도 17일 강릉·동해 낮 최고온도가 35.5도를 기록, 역대 가장 뜨거운 5월이 됐다. 속초 역시34.4도로 역대 5월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울진(34.9), 부안(31.9)은 역대 두번째로 높은 5월 날씨를 기록했다.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등도 30도 안팎 날씨를 기록했다.

17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나라 대형 가전업체들은 동남아의 기록적인 봄 폭염에 이어 우리나라의 이른 더위에 자극 받아 올 성수기 밀려 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에어컨 생산 풀 가동에 들어갔다. 가전업계에서는 올해 일찌감치 다가온 폭염에 힘 입어 우리나라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 2017년 폭염 당시 최대를 기록한 연간 250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에어컨 시장 화두는 '절전'과 '친환경'이다. 최근 정부가 전기요금 인하를 결정했으나 지난해부터 에너지 요금 급등으로 높아진 전기요금 부담은 여름 필수 가전인 에어컨을 포기해야 하는가 하는 근원적 고민까지 던지는 수준이다. 또한 전 세계적인 탄소 저감 움직임은 신형 에어컨 개발에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 냉매 사용을 역점에 두게 만들었다. 

◆올해 에어컨 시장 화두는 ‘절전’과 ‘친환경’

이에 따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고 있는 LG전자의 경우 지난 1월 이러한 트렌드에 맞는 ‘2023년형 LG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에어컨’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 제품은 자동 청정관리, 펫케어 등 성능이 탑재된 가운데 무엇보다 2023년 휘센 타워에어컨은 보급형에서 프리미엄급까지 전 라인업에 에너지효율 1~2등급 제품만 갖췄다. 또 2023년형 휘센 스탠드 에어컨 전 제품은 지구 온난화지수(GWP)가 기존 냉매인 R410보다 낮은 R32 냉매를 사용했다.

지난 1월 출시된 LG전자의 친환경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에어컨 [사진=LG전자]


삼성전자 역시 유난히 더위가 일찍 찾아온 올 여름 에어컨 수요 대응을 위해 지난 2월부터 광주 사업장에 위치한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비스포크 무풍 시스템 에어컨 인피니트 라인'을 출시했다. 이는 기존 제품보다 2배 넓어진 '와이드 무풍' 냉방 기능으로 더 시원하고 쾌적한 냉방을 제공한다. 무풍 운전 시 일반 냉방 강풍 모드 운전 대비 최대 61% 소비전력을 아낄 수 있다. 또 시스템에어컨을 위생적이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안심케어' 8단계 기능이 탑재됐다.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올해 삼성전자가 출시한 비스포크 무풍 에어컨 갤러리 모든 제품은 에너지 소비 효율 1·2등급이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기존 에너지 소비 효율 1등급 기준보다 냉방 효율이 10% 더 높은 '초절전' 모델의 등장이다.

◆ 탄소 규제 바람 강화와 함께 프레온 냉매 지고 보다 친환경적 냉매 R32 신제품 출시

역외 생산 제품에 관련된 탄소까지 관리하는 유럽연합(EU)의 일명 탄소국경세(CBAM)가 오는 10월부터 적용되는 등 글로벌하게 탄소 저감이 강조되면서 최근 신형 에어컨에 사용하는 친환경 냉매는 R32가 대세다.

한때 에어컨 냉매로 지구 보호막인 오존층에 구멍을 내는 프레온가스가 사용되기도 했으나 진화를 거듭해 지난해부터는 우리 가전 업체들도 친환경 냉매 R32를 사용한 신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R32의 화학 성분은 디플루오로메탄(CH2F2)이다. 수소, 불소 및 탄소로 구성된 수소화불화탄소(HFC) 계열로, 자연에 해로운 염소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기에 기존의 냉매보다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다. R32 냉매는 기름에 쉽게 녹고 물에는 거의 녹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압력은 프레온 계열인 R22(HCFC) 보다 60% 가량 더 높다. 

◆ 프레온 계열 냉매 2010년부터 생산 감축...2040년까지 단계적 폐기

과거 에어컨 냉매의 주를 이뤘던 R22 화학 성분은 클로로디플루오로메탄(CHCIF2)이며 프레온 계열의 일종으로 냉동 능력은 프레온 냉매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소형 에어컨에서 대형 에어컨까지 폭넓게 사용이 가능하다. 불연성, 비폭발성, 저독성이란 특징을 갖는다. R410(R32와 R125의 비공비 혼합물 냉매)이 등장 이후 사용 비중이 줄기 시작했으며 특히 오존층 파괴 물질이란 점 때문에 2010년부터 규제 대상이 되어 생산을 감축하고 있다.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기될 예정이다.  

R410은 불연성을 특징으로 하며 안정적이고 무독성을 띈다. 또한 열 전달 및 흐름 특성이 R22보다 우수하고 염소를 함유하고 있지 않아 오존과 반응해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R22보다 널리 사용되게 됐다. 하지만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온실가스로 분류됐다. 지구 온난화지수(GWP)가 무려 2088에 이른다. 수치가 높을수록 환경에 해롭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에어컨 신제품에 사용되는 냉매인 R32의 GWP는 675로 R410의 30% 수준이다. 환경적 측면에서 GWP가 제로(0)가 아니란 점에서 아쉽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어느 냉매보다 GWP가 낮고 오존층 파괴 전위(ODP)는 제로(0)다. 오존층 파괴를 가져오지 않아 기존 냉매보다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효율성도 좋아 R410보다 20% 적게 사용해도 동일한 냉각 효과가 있다. 다만 약가연성 냉매여서 설치 혹은 시공 시 환기가 잘 되는지 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오존층 파괴도 하지 않으면서 냉각 성능이 가장 뛰어난 친환경 에어컨 냉매는 R32다. R32를 사용하면 탄소배출량 연간 약 75만t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지만 R32도 완전한 친환경 냉매가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향후 과제는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고 온실 효과도 없는 차세대 에어컨 냉매 개발이다. 

이 밖에도 R32 냉매 가스는 기존의 R22, R410에 비해 원자재 가격만 서너 배 비싸 고가란 단점도 있다. 또한 기존에 R410 냉매를 사용하던 실외기에 R32를 충전할 수 없어 기존 냉매들이 한동안 병행 사용돼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냉매를 잘못 충전하면 당장 에어컨이 고장 나거나 냉방 성능이 떨어지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압축기 수명이 단축되는 리스크가 있어 교차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어느 해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 되는 올 여름, 친환경에 어느 때보다 많은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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