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인구·인프라의 수도권 쏠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지방자치단체 소멸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지방 이전' 논의가 이어지지만 수도권 소재 기업 10곳 중 6곳은 비수도권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증설 등 투자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기업이 비수도권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인력 공급과 파격적인 세금 감면 같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산업연구원과 함께 수도권 기업 159곳을 대상으로 '지방 이전 및 신증설 의향'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61.7%가 이전이나 신·증설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향후 5년 안에 비수도권으로 본사 또는 사업장을 옮기거나 이 지역에 투자하겠다는 기업은 28.9%에 그쳤다.
비수도권 이전·투자 계획이 없는 기업은 필요 인력의 원활한 공급(38.8%)과 세제 감면 또는 공제 등 혜택(23.5%), 보조금을 비롯한 재정 지원(20.4%)을 투자 유인으로 꼽았다. 이들 기업 입장에서는 상위권 대학이 대부분 수도권에 몰린 데다 인프라까지 집중되면서 비수도권에 투자할 유인이 미약한 실정이다.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필요한 게 뭐냐고 묻자 인력 유치를 위한 정주 여건이 마련되고 노동력이 풍부한 도시와의 접근성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법인세와 근로소득세를 감면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비수도권 이전 기업에 최장 10년간 법인세 100%, 취득세 100%를 감면해주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반면 비수도권 이전·투자를 고려 중인 기업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낮은 입지 비용과 부수적 정책 지원, 판매·물류비 절감 등을 언급했다. 이들이 투자 예정인 지역은 대전·세종·충청이 51.4%로 압도적이었다. 수도권을 비롯한 타 지역으로 접근하기 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지방 이전 투자를 고려하는 수도권 기업이 예상보다는 많았다"며 "기업들의 지방 투자가 실제 이행되고 이를 추가로 유도하려면 세제혜택 확충과 인력 공급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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