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솔그룹의 자산총액은 5조4560억원을 달성하며 2019년 제외됐던 공시대상기업집단(공시집단)에 5년 만에 재입성했다. 2018년 5월 기준 재계 서열 60위였던 한솔은 이번에 77위로 복귀하면서 공식적인 대기업 집단에 포함됐다.
BGF와 같이 범삼성가(家)로 속하는 한솔은 지난 1965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신문용지업체인 세한제지공업을 인수해 사명을 바꾼 전주제지가 모태다. 1983년 전주제지 고문으로 취임한 이병철 창업주의 장녀인 고 이인희 고문은 지난 1991년 그룹 분리를 선언하며 독자경영의 닻을 올렸다. 1992년에는 한솔제지로 상호를 변경하고 이듬해 한솔그룹을 출범했다.
이 고문의 막내아들 조동길 회장은 2002년 그룹 경영을 승계받고 한솔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조 회장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한솔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분투노력했다. 그 결과 한솔제지를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물적분할해 투자를 담당하는 지주사로 한솔홀딩스를 세웠다. 이후 조 회장은 한솔홀딩스 계열을, 형인 조동혁 회장은 한솔케미칼 계열을 이끌며 형제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조 회장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자산 효율화를 마무리한 2019년 무렵부터 사업다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2020년 조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일반적인 인수합병(M&A)부터 스타트업 투자, 조인트벤처(JV) 설립 등 다양한 옵션을 마련할 것"이라며 "외부 사모펀드(PE), 벤처캐피탈(VC)과도 네트워크를 확대해 유망한 벤처기업 발굴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시집단에 포함된 데에도 지난해 한솔아이원스(옛 아이원스) 인수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솔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의 가공·세정 사업을 하는 아이원스 지분을 사들이며 자산을 확보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말 기준 한솔아이원스는 영업이익 361억원을 내며 시장 예상을 웃도는 성적표를 내놓았다.
한솔아이원스는 반도체 핵심 소재 아이코닉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코닉 양산이 시작되면 그룹 내에서 반도체 소재부터 부품 가공, 장비 제작까지 소부장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솔 설립 당시부터 주력 사업을 맡아온 한솔제지도 지난해 호실적을 냈다. 한솔제지는 고환율과 해외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2135억원, 영업이익은 130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속되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에너지 비용 증가 등 변수가 있지만 조 회장은 끊임없이 신(新)성장 동력을 물색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추진할 전망이다.
한편 한솔그룹은 3세 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동길 회장의 장남인 조성민 한솔제지 상무와 조동혁 회장의 장녀 조연주 부회장이 유력 승계 후보로 꼽힌다. 조 상무와 조 부회장은 각각 한솔 계열사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경영 능력 입증은 여전히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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