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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기자수첩] 尹정부 옥죄기에 숨막힌 보험업…지금 필요한 건 채찍 아닌 당근

이석훈 수습기자 2023-03-29 15:50:00

보험업계 전망 고려 부족한 "돈 잔치" 비판

"중소형사부터 제대로 파악하라" 볼멘소리

[사진=이석훈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이전 정부에서 이토록 금융권에 개입한 전적이 있었습니까?"

현장에서 만난 이재진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금융 정책을 두고 이렇게 토로했다. 특히 금융권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떨어진 채 가하는 규제와 개입은 금융 생태계를 혼란에 빠트릴 뿐이라며 비판 강도를 높였다.

그의 지적은 보험업계에 더더욱 들어맞는다. 29일 현재 윤 대통령을 필두로 한 금융 당국은 보험업계를 겨냥해 '돈잔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대대적 공격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보험 업황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언행이다. 

보험업계 내 급여 상승은 일부 대형 손해보험사에만 해당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 따르면 지난달 중소형사의 손해율은 손익분기점이라 여겨지는 '8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MG손해보험 82.8% △흥국화재 85.4% △악사손보 88.8% △하나손보 89.9%로 집계됐다. 손보사 '빅4'(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동월 기준 평균 손해율이 77.2%인 것과 차이가 뚜렷하다.

익명을 요청한 중소보험사 관계자는 당국이 모든 보험업계를 싸잡아 비판한 것처럼 보인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당장 적자를 고민해야 할 판국인데 성과급은 어디서 나오냐는 성토였다.

이어서 그는 "이전에도 우리 회사를 포함한 중소형사에 성과급 잔치는 먼나라 일"이라며 "사실이 아닌 일을 가지고 지적하는 건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최근의 실적 증가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전히 풀려 시민들의 이동 거리가 급증할 것"이라며 "이동 거리가 증가하면 자연스레 사고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손해율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정부는 성과급과 같은 눈에 보이는 지표들만을 근거로 보험업계를 옥죄고 있다. 일례로 금융감독원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기존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데, 복수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과한 조처'라는 의견이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로 전체 보험사의 35.8%가 해당하는 19개 사가 K-ICS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경우 절반이 넘는 12개 사(54.5%)에서 유예 기간을 요청했고, 생보사 '빅3' 중 하나인 교보생명도 신청 리스트에 포함돼 충격을 안겼다.

이는 보험업계 전반에 걸쳐 신지급여력제도 대응 능력이 부족한 것을 의미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계 내 사람들을 만나면 K-ICS 관련 고민을 참 많이 이야기한다"며 "수치가 공개되면 당국 권고치 150%는 고사하고 100%도 미달하는 소형사가 생길지 모른다"고 전했다.

물론 과도한 성과급과 연봉 제한과 재무 건전성 기준 강화 등 당국이 내세운 기치들의 명분 자체는 좋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도 환자의 상황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보험업계 곳곳에서 앓는 소리를 내고 있는 와중에, 굳이 윤 대통령이 '채찍' 카드를 보험사에 꺼낼 필요가 있을까 싶다. 되려 악효과를 거둘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소형사를 포함한 보험업 전반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당근'을 꺼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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