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서울시내버스가 다음달 중순 노동조합 파업으로 운행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덮친 와중에 수년간 버스요금이 동결되고 버스 운전기사 임금도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억눌린 임금인상 요구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다.
27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산하 서울시버스노동조합(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지난 21일 2023년도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결렬을 선언했다. 서울시와 버스 노사는 28일 오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 중재로 사전조정회의를 열고 막판 합의에 나선다.
노조는 사전조정회의에서 의견 조율에 실패하면 곧바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파업을 위한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을 벌인다. 노조가 내부적으로 정한 파업 시점은 다음달 19일 첫차가 운행하는 시각이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인상률 7.4%를 요구했다. 반면 사용자 단체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3%를 고수하는 상황이다. 버스 구입비와 액화천연가스(CNG) 가격 등 운송 원가가 오르면서 노조가 원하는 임금인상률을 맞춰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내 간선·지선·광역버스 운영업체 60여곳 소속 운전기사 임금은 기본급 기준으로 최근 3년간 평균 인상률이 2.6%에 그쳤다. 전년 대비 2020년 2.8% 인상된 이후 2021년에는 동결됐다가 지난해 5.0% 올랐다.
노조는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5.1%)과 올해 상반기 물가상승률 전망치(4.2%)를 고려할 때 회사가 제시한 1.3%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총 9차례에 걸쳐 머리를 맞댔지만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노조는 오랜 기간 버스요금이 동결된 탓에 운전기사들이 물가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서울시내버스 요금은 2015년 1200원으로 오른 이후 현재까지 8년간 그대로다. 서울시의회는 하반기 버스요금을 1500원으로 300원 올리고 탑승 거리에 따라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거리비례제를 도입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서울버스노조 측은 "적정한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버스는 멈출 수밖에 없다"면서도 "버스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이 국민 불편과 고통을 초래함을 알기에 버스가 멈추는 것을 결단코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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