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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표류하는 윤석열표 '노동개혁'...노정 갈등만 '증폭'

고은서 수습기자 2023-03-20 15:20:40

최저임금 논의에 '경영계 vs 노동계' 대립

주 69시간제는 역풍 맞고 사실상 '백지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도 반발에 지지부진

밀어붙이기보다는 '속도 조절·균형감' 필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2030 자문단과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대통령이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와 근로시간 개편이 지지부진한 와중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까지 겹쳐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조만간 2024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심의를 요청한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는 시한은 이달 말까지다. 최임위는 통상 4월 초 제1차 전원회의를 열어 안건을 보고하고 상정한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논쟁이 될 사안은 업종별로 금액을 차등 적용하는 것과 인상률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380원(3.95%) 이상 오르면 1만원을 넘어선다.

이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경영계와 노동계가 대립각을 세우는 분위기지만 올해는 정부와 노동계 간 대리전 양상이 예상된다. 해마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정부 정책 기조와 무관치 않았다. 예컨대 전년보다 16.4%(1060원)를 한 번에 올린 2018년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였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가 이를 지키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계와 거리를 두고 경영계와는 호흡을 맞추는 태도를 보여 왔다. 단적인 예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다. 고용부는 지난 6일 일주일 동안 근로시간을 최장 69시간까지 늘릴 수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미국 유력 매체인 워싱턴포스트와 호주 ABC 방송 등 외신까지 나서 "한국 노동시간은 세계 최장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10일 만인 지난 16일 법안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도 답보 상태다. 야당과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으로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행정관청의 노조 운영 개입 규정을 삭제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이들은 "정부가 3분기(7~9월) 중 구축 예정인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도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동개혁 동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노·정 갈등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크다. 경영계는 업종별로 임금 지급 여력이 달라 최저임금 수준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상 고용부가 직접 논의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지만 공익위원이 또 다시 캐스팅보트(가부 동수일 때 결정권)를 가져간다면 표결 결과를 단언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은 사용자·근로자위원 각 9명과 공익위원 9명이 투표로 결정한다.

노·정 간 극한 대립을 피하려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과거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노·사·정 대표자가 1년간 100여 차례 회의를 거쳐 '노사정 합의'를 끌어냈지만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해고 법제화를 밀어붙이다 정권 교체로까지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가 강경 일변도의 자세를 보이는 한 이러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일단 여론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근로시간제 개편안과 관련해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정식 장관도 지난 17일 'MZ세대 노조 간담회'를 열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겸허히 들어 제도 개편 취지가 구현될 합리적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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