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경제1분과위원회가 당초 오늘로 예정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재심의를 오는 24일로 연기한다. 지난달 24일 심의를 진행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미룬 데 이어 또 한번 논의를 미룬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휘발유·경유 등 유류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정유사가 대리점과 주유소에 공급하는 유가가격을 판매처와 지역별로 세분화해 공개하자는 이야기다.
유류가격은 소매가와 도매가로 구분된다. 소매가는 소비자가 주유소를 방문했을 때 볼 수 있는 가격이고, 도매가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현재는 정유사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전국 평균 도매가만 공개하고 있다.
산업부는 도매가격 공개를 통해 정유사 간 시장 경쟁이 이뤄지면서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유류세 인하에도 기름값이 안정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유사들이 인하분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정유업계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류가격 공개는 정유사 영업 비밀 침해이자 영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기름값이 올라도 실제 정유사에 들어오는 이익은 크게 없다"고 토로했다.
정유사와 주유소는 '사후 정산제'로 거래한다. 각 주유소는 정확한 도매가격을 모른 채 일단 정유사에 입금가를 먼저 지불하면 일정량의 기름을 공급받는다. 이후 한 달 뒤 정유사가 주유소에 확정가를 알려주면서 남은 금액을 정산하면 주유소는 그제야 유류 원가를 알게 된다. 국제유가 특성상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정산 방식이다.
정부는 이 사후 정산제가 가격 협상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수요와 공급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본다. 최종적으로 기름을 사는 소비자는 인하된 유류세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은 지난 2008년부터 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통해 개별 주유소 소매가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업계는 가격 상향을 동조화하는 담합 발생 가능성도 꼬집었다. 경쟁사 가격 정책을 분석할 수 있게끔 만들어 오히려 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야기다.
한편 지난달 6일 대한석유협회, 한국주유소 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는 국무조정실에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협회는 공문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석유 제품 가격이 상승한 이후 현재 석유 제품 가격은 하락 안정화한 상태"라며 "판매 대상별, 지역별 석유제품 판매가격 보고와 공개 확대는 명백한 영업비밀 침해며 공개할 경우 기업 영업활동을 심각하게 위축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어디에서도 유례없는 정책인 만큼 횡재세 도입 논의에 이어 도매가 공개 압박은 시장 경제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는 24일 개정안에 대한 재심의에서 어떠한 결과가 도출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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